[강은성기자] 지난 11월4일 새벽 애플의 차기 스마트폰 아이폰4S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SK텔레콤과 KT가 4일 오전 0시부터 예약가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구매 행렬이 시작된 것.
아이폰4S는 SK텔레콤과 KT가 동시에 출시하는 첫번째 애플의 스마트폰이다. 전작 아이폰3GS의 경우 KT가 독점공급했고 아이폰4 역시 그러했으나 올해 3월 SK텔레콤이 뒤늦게 출시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이번 동시출시는 사실상 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걸려있다.
두 회사의 아이폰4S 예약가입 첫 날은 치열한 자존심 승부였다. 아이폰4S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SK텔레콤과 KT의 자존심 싸움이 더 앞섰다.
SK텔레콤은 시간당 20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대용량 서버를 준비하고 예약가입을 받기 시작했지만 개시 20분만에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를 겪었다. 예약 대기자들이 자정을 기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다운된 것이다.
때문에 예약 대기자들은 2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되는 홈페이지 오류만 바라보다 짜증을 토해내기도 했다. SK텔레콤 측은 긴급 서버 복구를 시도했지만 다시 예약가입을 재개한 시간은 새벽 2시를 넘겨버렸고 이 때문에 예약 가입자들이 오전 7시경부터 다시 몰리는 현상을 겪었다.
이와 관련, 한 서버기술 전문가는 "시간당 20만명 접속 가능한 서버는 꽤나 대용량 시스템으로 SK텔레콤이 준비를 많이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접속자가 일시에 몰리는 예약가입 시스템 같은 경우는 대용량 트래픽 처리가 아니기 때문에 서버를 병렬로 구성해 동시접속자를 분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KT는 과거 아이폰3GS 및 아이폰4에 예약 가입자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험을 익히 한 터라 '문자가입'이라는 꾀를 냈다. '#4545'로 문자를 보내기만 하면 아이폰4S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차수'를 보다 일찍 배정받을 수 있고 홈페이지를 통한 정식 예약은 보다 천천히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약가입 홈페이지에도 '차수 먼저 받고 신청서는 천천히'라고 안내를 하는 등 신청서 작성과 차수 신정을 분리해 서버 부하를 줄임으로써 자칫 SK텔레콤으로 쏠릴 수 있는 예약가입 상황을 조절했다.
두 회사 모두 예약가입자가 얼마나 됐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는 양사 모두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회사는 기존 아이폰 시리즈 이용자를 잡기 위한 대대적인 보상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이를 이용하면 요금약정할인 외에도 최대 13만원의 할인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이 이 날 발표한 할인프로그램 '아이폰4S 퍼펙트'에 따르면 구형 단말기를 반납할 경우 아이폰3GS 8GB는 19만원, 16GB는 21만원, 32GB는 23만원을 각각 할인해준다. 아이폰4는 8GB 28만원, 16GB는 31만원, 32GB는 34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KT도 보상할인 판매를 하고 있지만 SK텔레콤보다 그 폭이 다소 적다. KT는 3GS 8GB 모델을 반납할 경우 10만원, 16GB는 13만원, 32GB는 15만원을 할인해준다. 아이폰4의 경우 8GB는 16만원, 16GB는 19만원, 32GB는 21만원을 각각 깎아준다.
즉 SK텔레콤은 KT보다 아이폰3GS는 최대 9만원, 아이폰4는 최대 13만원을 더 할인해 주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이처럼 공격적인 보상 할인프로그램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통신사를 변경할 경우 단순히 기기값만 따져서는 안된다. 번호이동을 할 경우 타 통신사에 신규가입 하기 때문에 '가입비'와 USIM(가입자식별칩) 구입비가 발생하고 그간 이용해 왔던 멤버십 등이 모두 소멸되는 등 손해를 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할인폭이 그리 크지 않은 16GB 모델은 차라리 번호이동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공식 출시날은 축제 분위기
SK텔레콤은 아이폰4S를 KT와 동시에 국내에서 출시하면서 10일 밤 10시부터 대대적인 개통행사를 열었다. 평소 바쁜 비즈니스맨들의 분주한 걸음으로 가득찼던 SK텔레콤 을지로 본사 T타워 1층 로비는 이날 저녁 반짝이는 구슬과 검은 벨벳 커튼으로 갈아입고 홍대 클럽처럼 변신했다.
이 날 행사에는 아이폰4S 예약가입자 중 신청자 100명이 지인들과 함께 참석해 총 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휴대폰 개통'이라는 형식적인 행사는 DJ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흥겹게 몸을 흔드는 인파 속에서 하나의 축제로 변화했다.
밤 11시를 넘기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힙합 가수 타이거JK와 윤미래 부부가 무대에 등장했다. 관객은 뜨겁게 환호했고 타이거JK와 윤미래는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좌중을 더욱 흥분시켰다.
무대의 열기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11일 00시를 알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SK텔레콤의 아이폰4S 1호 가입자가 환호성과 함께 공식 개통을 시작했다. 1호 가입자와 2호 가입자에게는 SK텔레콤 공식 모델인 탤런트 원빈과 신민아가 직접 아이폰4S를 증정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공식 참석한 것은 아니지만 행사를 즐기기 위해 살짝 참석했다는 SK텔레콤 마케팅총괄 배준동 사장은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고객들을 밤새도록 길게 줄세우는 것이 하나의 트렌트처럼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면서 "SK텔레콤은 아이폰4S를 출시하면서 (개통을)기다리는 고객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주고자 이같은 파티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 사장은 특히 "SK텔레콤으로 '돌아온' 고객이 많이 있다. SK텔레콤의 통화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신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수도권 전역에 클라우드 기지국인 W-SCAN을 적용, 어떤 통신사보다 우수한 통화품질과 빠르고 안정적인 데이터통화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 사장은 이 날 수능시험을 치룬 고3 수험생 딸과 함께 행사에 참석해 파티를 즐겼다.
SK텔레콤 측은 "개통 파티를 야간에 열게 된 것은 '왜 좀 더 빨리 개통시켜주지 않느냐'는 고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행사는 11일 00시 개통행사와 각종 이벤트를 끝으로 새벽 1시쯤 막을 내렸다.
KT는 11일 오전8시 아이폰4S 공식 런칭행사를 진행하면서 '애정남'으로 유명한 개그맨 최효종을 초청, 이벤트를 열었다.
KT의 아이폰4S 런칭행사에서 이 회사 공식 1호로 개통한 대학생 김명기 씨(22세)는 "S사의 LTE폰을 최근 구매했다. 그런데 실제 데이터 접속속도는 광고처럼 빠르지 않더라. 오히려 전에 사용하던 KT의 3G 네트워크가 더 빨랐다. 그래서 아이폰4S를 다시 선택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학교가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인데, 이 곳만 가도 전혀 데이터 서비스가 되질 않았다"면서 "아직은 LTE를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휴대폰 업계 '정면승부'
삼성전자는 11월 중순 '갤럭시 넥서스'를 KT와 SK텔레콤을 통해 출시했다. 또 늦어도 12월내에 또 다른 LTE폰인 '갤럭시 노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사 소비자들의 충성도 높이기에 나선다는 전략.
삼성전자는 이번 경쟁에서는 하드웨어 사양만을 내세우지 않고 소프트웨어 역량을 한껏 올려 아이폰4S와 맞설 방침이다.
갤럭시 넥서스에 탑재된 ICS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기능, 폰끼리 맞대면 같은 콘텐츠를 화면에 그대로 띄워주는 '안드로이드빔', 이모티콘까지 문자로 전환해주는 음성인식 기능 등으로 중무장했다. 또 갤럭시 노트는 화면 위에 필기가 가능한 'S펜'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1월 중순 갤럭시 넥서스를 국내 출시했고 갤럭시 노트도 늦어도 연내엔 국내에서 런칭행사를 하고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존 갤럭시 시리즈의 ICS 업그레이드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업그레이드 대상 기종들을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하드웨어 사양이 받쳐주는 제품이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아직 업그레이드 제공 일정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동작인식 폰기능을 앞세운 '베가 LTE'를 출시한 팬택도 LTE폰 3종을 추가로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베가 LTE와 유사한 사양이지만 약간씩의 기능적 차이를 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팬택 관계자는 "연말에 SKT와 KT를 통해 LTE폰을 1종씩 추가로 출시하고 내년 초 LG유플러스를 통해 1종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하드웨어 사양은 비슷하지만 기능의 차이를 약간씩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프라다'폰 신제품을 이르면 12월 낼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결정된 바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국내 한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국내에서는 프라다폰에 LTE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최신 기술로 무장한 신제품들을 쏟아냄에 따라 아이폰4S가 국내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관심을 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애플 소비자들의 충성도만으로 아이폰 시리즈 돌풍을 일으켰던 과거와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진 상태"라며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하드웨어 사양만 우월했던 과거와는 달리 LTE와 ICS 등 최신 통신기술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앞세운 신제품들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아이폰4S가 예전같은 돌풍을 지속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이폰4S는 아이폰4 출시 때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애플과 국내 업체들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이 주목된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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