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한나라당의 한미 FTA의 기습처리 이후 민주당이 사실상 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손학규(사진) 대표 등 지도부는 한미 FTA 강행 처리에서 보여준 무기력한 모습으로 당안팎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야권 통합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열린 중앙위원회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명확히 드러났다. 중앙위원회가 열리기도 전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민주당사 앞에는 '원칙과 질서 없는 통합 반대', '기득권 통합 강요하는 손학규 사퇴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손 대표의 모두 발언이 시작되기도 전에 '손 대표 즉각 사퇴하라'는 거센 항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으로 돌아가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들렸다.
정파를 떠나 원로 당원들이 손 대표와 지도부를 겨냥해 '사퇴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옥두 전 의원은 "정말 민주당의 총선 승리, 대선 승리를 바란다면 손학규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 무엇을 결의한다는 말인가. 결의하려면 지도부 총 사퇴나 결의하라"고 했고,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한미 FTA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날치기 당했는데 젊은 층은 우리에게도 욕을 하고 있다. 당을 이렇게 만든 지도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원내대표를 지낸 정균환 전 의원 역시 "내가 원내대표를 두 번 지냈는데, '모르고 당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이는 순간은 모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죽는 길"이라며 "지키고 있다가 (한나라당 의원이)한 명이라도 들어가려 하면 비상 소집해 달려들어야지. 이를 못한 지도부는 책임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중앙위원회 이후에도 당내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장성민 전 의원은 "현 지도부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한미 FTA 날치기를 방조했다"며 "손학규 대표는 한미 FTA 비준 저지 실패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또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미리 강행 처리를 암시했다는데 이를 야당 대표가 소홀히 다뤘다는 것만으로 손 대표는 여당의 한미 FTA 날치기를 방조했다"며 "이같은 현 지도부가 나서 한미 FTA 투쟁하는 것은 신뢰가 생기지 않아 동력이 붙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 외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24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에 변명의 여지가 없이 당했기 때문에 책임져야 한다"며 "지금 손학규 대표가 어차피 보름 안이면 대표직을 내놓을 것이므로 번거롭게 그럴 것 있느냐고 가는 모양인데 그런 상황이 두 달 석달 째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고 박사는 "정치에서 잘못하면 책임지는 최소한의 상식도 민주당이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통합과 연대라는 대의를 지켜나갈 능력은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공지영 작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무능하고 썩아빠진 제1야당, 손학규 민주당"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도 전두환 전 대통령 때 고 유치송 민주한국당 전 의원 이후 손학규 대표 같은 야당 처음 본다"며 "잘 몰라서 묻는 건데 한나라당서 파견되신 분 맞죠?"라고 비판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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