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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사업 유지" HP에 독일까 약일까


전문가들 의견도 팽팽…'웹OS 문제'는 결정 보류

[김익현기자] 수 많은 공방을 몰고 왔던 휴렛패커드(HP)의 PC사업 매각은 없던 일이 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맥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 시간) "전략적, 재무적 영향을 검토한 결과 퍼스널 시스템 그룹(PSG)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고객과 제휴사, 주주, 직원 모두에게 올바른 조치라고 생각했다"고 발표했다.

PSG 그룹은 PC, 태블릿을 비롯한 여러 기기를 담당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 8월 'PC사업 분사 검토'란 폭탄 선언은 불과 2개월 만에 물밑으로 가라앉게 됐다.

HP는 또 다른 관심사였던 웹OS 처리 문제는 결정을 보류했다. 맥 휘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웹OS 거취 문제는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났다. 대신 태블릿은 윈도8 기반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 휘트먼은 이날 "웹OS는 PSG 뿐 아니라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이용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PSG가 아닌 다른 쪽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걸 시사한 셈이다.

◆2개월 만에 입장 급선회…이유는?

당연히 HP의 이런 선언은 엄청난 논란을 몰고 왔다.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PC는 여전히 HP의 핵심 사업부문이기 때문이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HP는 지난 분기 1천620만대의 PC를 출하, 시장 점유율 17.3%를 기록했다. 물론 시장 1위다. 이에 따라 HP의 PC사업 부문 매각 고려 선언은 IBM의 PC사업 매각에 버금가는 충격을 던졌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HP의 입장은 단호했다. PC사업을 포함한 PSG를 떼낸 뒤 기업용 솔루션과 공공 부문에 주력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HP는 당시 PC사업 매각 고려 선언과 함께 영국의 애플리케이션 분석 전문업체인 오토노미를 102억달러에 매입했다. 아울러 웹OS와 터치패드 개발 작업을 중단할 의향도 내비쳤다. IBM이 했던 것처럼 하드웨어사업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서비스와 고마진 사업 쪽에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휘트먼 체제로 바뀐 이후 HP의 입장이 확 바뀌기 시작했다.

이날 HP는 PC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분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들었다. 분사할 경우 일시적 비용만 해도 15억 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한 것.

또 PC사업을 떼어 낼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이유로 내걸었다. 구매력이 줄어들고 브랜드 파워도 약해져 연간 10억 달러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런 근거를 토대로 떼내는 것보다는 계속 안고 가는 것이 훨씬 더 득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HP 측이 설명했다.

HP가 PC사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선언하자 전문가들은 일제히 이번 결정의 타당성을 분석하고 나섰다. 하지만 증시에선 큰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PC사업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HP주가는 9센트(0.3%) 상승한 27.08달러로 마감됐다.

◆"고객-투자자에 긍정적" vs "IBM처럼 과감하게 떼냈어야"

이번 결정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환영한 반면, 일부에선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펀드-IT의 찰스 킹 애널리스트는 넷플릭스를 사례로 들면서 HP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넷플릭스는 최근 DVD 사업부문을 떼내 큐윅스터란 별도 자회사를 만들려다가 호된 반발에 직면했다.

킹은 "이제 기업들이 주주와 고객들의 의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PC사업이 없을 경우 기업 부문 매출이 줄어들 뿐 아니라 부품 구입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PC사업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것은 제대로 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프랭크 질렛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나타냈다. 결국 HP가 이번 결정을 통해 클라이언트 비즈니스에서 몸을 빼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질렛은 HP가 윈도8 기반 태블릿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한 이상 PSG 그룹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스마트폰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데다 기업에서 PC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 역시 PC사업 필요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IBM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HP에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것이 티콘데로가 증권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

그는 이날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PC는 HP의 사업 부문 중 가장 마진이 낮은 편이다"면서 "잘못된 결정이다"고 분명히 했다. 차라리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데이터 센터 쪽에 주력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화이트는 또 PC사업 부문을 매각한 IBM 예로 들었다. 당시 IBM이 수익률이 떨어지는 PC 사업을 과감하게 매각하고 대신 서비스와 기업 시장에 주력한 결과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태블릿 역풍'보다 시너지 쪽에 무게

최근 들어 HP의 PC사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애플이 강하게 치고 나오면서 시장에서 영향력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스프랫지닷컴(SplatG.com)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는 이런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자료에 따르면 HP의 전년 대비 PC 출하량 성장률은 지난 해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세계 최대 PC업체로 막강한 위세를 자랑했던 HP의 시장 지배력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는 것.

반면 빨간색으로 표시된 애플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올 1분기 애플의 노트북 출하량은 53%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PC시장 전체 성장률 그래프와 비교해도 애플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SplatG.com은 이 같은 수치를 공개하면서 "애플이 2009년 넷북 붐이 일 때는 기회를 놓쳤지만 지금은 웃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platG.com은 또 다른 PC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아이패드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패드가 인기를 누리면서 노트북 구매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것이다.

HP가 지난 8월 "태블릿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고 강조한 것과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HP는 '태블릿 역풍'보다는 '시너지 효과'와 '비용 부담'을 고려해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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