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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발효로 신약 특허권 강화…제약업계 '설상가상'


약가 인하에 연이어 악재 겹쳐…국민 약값 부담도 높아져

[정기수기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미FTA 발효로 지적재산권 보호의무가 강화돼 다수의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제약사들은 유리해진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제네릭(복제약)이나 개량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지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정부의 8.12 약가 일괄인하 정책과 리베이트 근절책 등으로 인해 영업환경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에게 이번 협정 체결은 악재가 겹친 '이중고'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일괄약가인하 정책으로 연간 2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로 연간 1천200억원의 추가 매출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13일 정부는 한미FTA 발효로 국내 제네릭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86억~1천19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 위축에 따른 소득 감소분은 457억~7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제약업의 대미 수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천923만달러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334만달러가 증가해 대비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1천590만달러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FTA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은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도입이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는 오리지날약의 특허권이 존속하는 기간(출원일로부터 20년) 내에 국내 제약사가 제네릭의 제조·시판 허가를 신청하는 경우, 식약청이 특허권자에게 이를 통보하게 함으로써 특허권 침해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게 해 문제가 없을 경우 허가를 해 주는 제도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날약의 특허만료기간에 맞춰 사전에 미리 제네릭 개발을 완료한 후 특허만료와 함께 제품을 출시해 왔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제네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반면, 다수의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 제약사가 낸 복제약 시판허가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쟁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허가를 금지할 수 있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FTA가 발효되면 기존보다 5년가량 늘어난 특허보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이행의무를 18개월 동안 유예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사실상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를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업체의 제네릭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더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인허가 과정도 까다로워진다"며 "의약품 특허분쟁 역시 지금보다 상당 수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약값 부담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정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가 생산한 오리지날약의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즉시 허가절차가 중단된다.

결국 고가의 오리지날약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이나 개량신약이 제 때 출시되지 못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조항이 WTO 가입국가 전체가 아닌 미국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며 "제약사 부담이 커져 약값이 인상되면 결국 국민들의 부담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FTA 체결 방관과 약가 인하 강행으로 제약업계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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