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오기자] 영화는 한 영국 신사가 원고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외떨어진 복도 중간에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원고를 손에 들고, 불안하게 입술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 조금 뒤 그는 많은 관중 앞에서 연설을 하기로 돼 있다.
마침내 시간이 다가왔고 그는 조용히 단상에 오른다. 많은 청중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물론 그의 연설은 라디오 생중계로 방송된다. 코앞에 있는 빨간 신호가 깜박이다 점멸되고 연설은 시작된다. 그러나 한 마디 하고 난 뒤 그는 말문이 막혀 버린다. 더 이상 연설은 진행되지 않는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한 장면이다.
◆왕의 그림자, 그들의 삶은
<킹스 스피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국 왕 조지6세와 그의 언어치료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에 출간된 전자책 <킹스 스피치>는 영화에서 느껴 보지 못한 조지6세와 언어치료사인 라이오넬 로그의 관계를 사료를 바탕으로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왕과 권력자에 있어 오른팔과 같은 존재들이다. '왕의 그림자'가 가지는 공통점은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역사가 흘러간 뒤 어느 순간 하나씩 감춰진 그들의 모습이 들춰진다는 점이다.
<킹스 스피치>는 영화에서 담지 못했던 '말더듬이' 조시6세와 로그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전개한다. 특히 <킹스 스피치>의 저자 중 한 명이 로그의 손자라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할아버지가 남긴 편지와 일기를 통해 당시 시대 상황은 물론 왕과 언어치료사의 관계를 인간적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만장한 조지6세의 삶
조시6세는 차남으로 태어났다. 형이 있었기에 그는 왕의 후계자가 될 수 없었다. 또 심각한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어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것에 대해 공포감마저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조건은 그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조지6세의 형은 왕에 관심이 없었다. 미국인 이혼녀인 여자와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했던 ‘로맨티스트’였다. 형이 왕위를 포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왕위 계승자는 조지6세가 됐고 그는 이제 자신의 심각한 언어 장애를 치료해야 했다.
그때 나타났던 사람이 라이오넬 로그이며 그는 호주 출신으로 평범한 평민이었다. 왕실에서는 학위와 능력을 가진 언어 치료사들이 많았지만 조지6세는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로그에게서 치료를 받는다.
◆왕과 평민의 솔직한 이야기
형이 왕을 포기하면서 왕위를 물려받게 되고, 언어 장애를 가지고 있고, 언어 장애 치료사가 평민이었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은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지6세가 평민 로그를 자신의 연설 담당 치료사로 임명하게 된 것은 왜 일까.
<킹스 스피치>를 보면 조지6세는 우울증과 콤플렉스가 많았던 인물로 묘사된다. 아마도 왕자로 태어난 것 자체가 부담이었지 않았을까. 그런 그의 내면을 읽어주고 받아들인 사람이 로그였다. 로그는 조지6세의 언어 장애를 치료했던 것이 아니라 조지6세의 내면에 있던 우울증과 콤플렉스를 치료했던 것이 아닐까.
조지6세와 로그가 주고받았던 편지 속에는 그들의 진한 '우정'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킹스 스치지>가 당시의 파란만장했던 극적 재미에 무게를 뒀다면 책 <킹스 스피치>는 두 사람의 출생에서부터 사망까지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사료와 편지, 그리고 일기 등을 중심으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책 <킹스 스피치>를, 책을 먼저 읽은 사람은 영화 <킹스 스피치>를 보는 것도 행복한 장르 넘나들기가 될 것 같다.
장르: 소설저자: 마크 로그, 피터 콘라디 출판사: 스크린셀러가격: 7천200원
◆이주의 추천 전자책
<정조의 비밀편지 - 국왕의 고뇌와 통치의 기술, 키워드 한국문화 2>장르: 역사/신화/문화저자: 안대회출판사: 문학동네가격: 5천280원
정조어찰첩에 실린 정조의 비밀편지를 통해 성군으로만 알려졌던 인간 정조의 내면을 밝혔다. 신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노련한 현실 정치가로서의 정조가 낱낱이 드러난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만 느껴졌던 정조어찰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해설하고 자세히 그 맥락을 설명한 최초의 안내서이다.
<대한민국 복지 - 7가지 거짓과 진실>장르: 사회/정치/법률저자: 신광영, 김연명, 양재진, 이정우, 윤홍식 출판사: 두리미디어가격: 8천400원
우리 사회 최고 관심사인 복지문제의 해답을 찾는 안내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 신광영․김연명 중앙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등 복지 관련 분야 대표적인 학계 인사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대한민국은 복지국가인가, 복지국가는 좌파의 정책인가, 복지국가는 쇠퇴하고 있는가, 복지국가는 비효율을 초래하는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은 가능한가, 복지국가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까, 보편적 복지는 퍼주기인가 등 7가지 물음에 답하는 형식의 이 책은 복지국가에 대한 기본적인 해설은 물론 깊이 있는 분석과 사실(fact)를 통해 심도 있는 복지국가의 이해에 한발 다가가는 길을 알려준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장르: 시/에세이/기행저자: 리처드 J. 라이더, 데이비드 A. 샤피로 출판사: 가교출판가격: 9천100원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인생의 짐이 너무 무거워 버겁지는 않은지, 그 짐을 버리지 못해서 그대로 짊어지고 가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에 독자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면 가방을 다시 꾸려야 할 때다.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든 조용히 멈춰 서서 지금까지 내가 무엇을 짊어지고 왔으며, 왜 그래왔는지 분명히 목적의식을 갖고 다시 숙고해 봐야 가방 안에 꼭 필요한 짐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생의 짐을 덜어내고, 과감하게 버리고 지혜롭게 소유하는 법에 대한 깊은 통찰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고양이 학교 (1부 1권) - 수정동굴의 비밀>장르: 어린이저자: 김진경, 김재홍출판사: 문학동네가격: 5천100원
어린 아이들과 고양이로 태어난 두 영혼의 형제들이 현실공간과 초현실 공간을 넘나들며 잃어버린 자연을 회복해 가는 모험 판타지이다. 작가는 10여 년이 넘게 각 지방의 신화를 연구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국, 이집트, 인도, 중국, 북구 신화 등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을 재구성하고 재창조한 이야기 속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생태학적 메시지를 녹여냈다.
<낙타>장르: 소설저자: 정도상출판사: 문학동네가격: 6천원
시대의 그늘과 그 안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왔던 소설가 정도상이 신작 장편소설 <낙타>를 선보인다. 2009년 6월부터 약 3개월간 인터넷 문학동네 독자커뮤니티(http://cafe.naver.com/mhdn)에 연재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짧은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들과 함께한 고비사막으로의 여행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직시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그 길 위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건강하게 살아내는 그들과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7가지 선물 이야기>장르: 자기계발저자: 앤디 앤드루스 출판사: 세종서적가격: 5천원
극심한 불경기, 날로 높아가는 물가와 쌓여가는 카드빚,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매일같이 쳇바퀴 돌듯 지내는 답답한 현실 속에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 데이비드 폰더 씨가 있다. 마흔여섯의 나이에 회사에서 잘리고, 집세는 물론 각종 고지서와 딸 병원비까지 그의 바닥난 잔고를 괴롭힌다. 절망 끝에 그가 내뱉는 한마디. "왜 하필 나야!"는 바로 우리 자신이 던지고 싶었던 말이었는지 모른다.
<스타트업 바이블 - 대한민국 제 2의 벤처붐을 위하여>장르: 경제/경영저자: 배기홍출판사: 파이카가격: 7천500원
2008년 가을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했다. 그런데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도산하고, 난공불락일 것만 같았던 대기업들도 연이어 쓰러지는 상황 속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다. 경제 불황 이전보다 더 많은 신생 벤처 기업들이 속속 생겨난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국 전역의 창업 프로그램은 고작 10개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정식으로 인가받은 창업 센터가 무려 200곳이 넘는다. 또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10대 중 절반이 넘는 51%가 향후 창업을 원하고, 창업이야말로 자신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어둠의 심연>장르: 소설저자: 조지프 콘래드출판사: 을유문화사가격: 5천원
이 작품은 심리 비평, 페미니스트 비평, 탈식민주의 비평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심리 비평은 “어둠의 심연”이라는 표현으로 묘사되는 강 상류로 향하는 공간 이동이 '무의식으로의 여행'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프레드 에릭 R. 칼은 "콘래드에게 있어 정글의 어둠은 프로이트에게는 잠들어 있는 의식의 어둠과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장의 사진미학 - 진동선의 사진 천천히 읽기>장르: 예술/대중문화저자: 진동선출판사: 예담가격: 9천원
사진 속의 표현과 의미의 연주를 말한 책이다. 표현은 연주를 통해서 전달된다. 사진에는 저마다 표현이 있고 저마다 연주가 있다. 그 속에서 감각, 성격들이 배어난다. 이 책의 사진들은 그렇게 선택되었다. 그 가운데는 잘 알려진 유명 작가의 작품도 있고, 신진 작가의 역동적인 작품도 있고, 아마추어 작가의 신선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모두 진중하고 사색적이고 사려 깊다. 이 책은 이것들에 미학의 시선을 던진다. 미학의 창에 비친 미학의 다가섬이다.
*추천 전자책은 반디앤루니스(www.bansinlunis.com)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종오 엠톡 편집장 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