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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투자하면 약값 우대?"…제약업계, '탁상공론' 시큰둥


선정기준 대상 제약사 8곳 불과…제약계 "현실성 떨어져"

[정기수기자] 정부가 최근 약값을 대폭 인하한 데 대한 '당근책'으로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을 통해 약값 우대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제약업계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되면 해당 제약사에 연구비 지원, 세금감면, 펀드조성, 금융비용 지원 등이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제네릭(복제약)의 경우 최초 1년간 현행과 동일한 약가 수준(68%)이 보장된다. 최근 약가 일괄인하로 내년부터 특허가 만료되는 모든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가가 53.55%로 반토막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당한 우대 조건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약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유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건인 연구개발비 투자 비중 때문.

복지부가 제시한 혁신형 제약기업의 기준은 연간 매출액 1천억원 미만 제약사는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해야 하고,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제약사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7% 이상을 투자해야 해당한다.

하지만 정작 이같은 요건에 부합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제약사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처한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실효성 없는 '뜬 구름' 잡기 식의 정책이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중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이 7%를 넘는 곳은 LG생명과학(19.3%), 한미약품(16.3%), 한올바이오파마(13.7%), 한국유나이티드제약(12.3%), 안국약품(9.6%), 종근당(9.4%), 동아제약(7.7%), 녹십자(7.2%) 등 8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제약사들의 경우에는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매출 1000억원 이상 상위제약사들 역시 이번 약가인하로 내년도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와 같은 연구개발비 투자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실제로 제약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동아제약의 경우 내년도 매출이 1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난달 12일 약가 일괄인하 정책 발표 직후 9천억원대로 대폭 낮춰졌다. 약가인하로 내년 한해에만 약 1천억원 가까이 손실이 나는 셈이다.

동아제약을 비롯한 상위제약사들의 경우 신약과 퍼스트 제네릭을 다수 보유해 약가우대를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약가 일괄인하로 매출 감소의 폭이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약가우대 정책과 세제 지원 등 우대 방안은 해결방법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A제약사 연구개발 관계자는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 기준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이상론"이라며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 기간과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고, 신약 후보물질 해외 임상 1상만 진행해도 연간 50억원이 든다. 이번 약가 일괄인하로 각 제약사마다 수백억원에서 최대 1천억원대에 달하는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느 회사가 R&D 투자에 엄두를 내겠느냐"고 토로했다.

선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B제약사 관계자 역시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기준이 엄격해야 하는 것은 맞지마 국내 업계 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복제약 의약품 위주의 경쟁에서 벗어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는 정부 정책은 이해하지만, 여건상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없는 중소제약사에게는 사실상 시장 퇴출을 의미하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23일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 및 지원, 신약연구개발 사업에 국가지원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은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3월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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