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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릭 영화, '삼성vs애플 분쟁'에 어떤 영향?


[앞과 뒤]삼성 "1968년 영화에 아이패드 등장" 주장 관심

[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공방 때문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란 영화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이 "아이패드는 큐브릭 영화에 나오는 '뉴스패드'를 모방한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한 때문입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두 명의 우주 비행사가 음식을 먹으며 개인 태블릿 컴퓨터를 사용하는 장면이 1분 가량 나온다"며 관련 이미지와 유튜브 동영상 주소(http://www.youtube.com/watch?v=JQ8pQVDyaLo)를 첨부했습니다.

삼성은 또 "애플이 특허(D’889)를 낸 디자인처럼, 이 장면 속에 나오는 태블릿도 화면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사각형이고, 테두리가 좁으며, 앞 표면과 뒷면이 평평하고, 얇은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은 이미 1968년에 존재했다는 의미이지요.

여기서 잠시 문제가 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해 살펴볼까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SF 거장 아서 클라크의 작품을 토대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에 만든 작품입니다. 리차드 스트라우스가 작곡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웅장한 선율과 함께 선보이는 첫 장면은 두고두고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당시까지의 SF 영화 공식을 깨며 영화의 배경을 우주로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해 'SF의 고전'이란 월계관이 씌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매셔블이 작년 9월 이미 지적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아이패드를 연상케하는 기기가 나온다는 주장을 한 건 삼성이 처음은 아닙니다. 매셔블이 이미 작년 9월에 그런 주장을 담은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물론 매셔블 기사는 애플의 '아이디어 도용'을 비판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현실 속에서 실현된 11대 SF 예언'이란 기사를 통해 아이패드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연관성을 거론한 적 있습니다. 당시 매셔블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디자인을 토대로 H G 웰스가 그려냈던 탱크, 아서 클라크가 개념화됐던 가상 현심 게임 등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삼성이 이런 주장을 제기하면서 지난 해 9월 게재된 매셔블의 기사를 참조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제 특허 분쟁을 담당하는 법무팀의 뛰어난 일처리 능력을 감안하면, 매셔블이 이런 비교를 한 적 있다는 것 정도는 파악했으리라 봅니다.

매셔블 기사에는 원작자인 아서 클라크 소설에서 '뉴스패드'를 묘사한 부분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 부분을 보면 "우주인들은 공식 보고서를 읽다가 따분해지면 특대판 종이 크기 뉴스패드를 우주선 정보회로에 꽂은 뒤 지구로부터 온 최신 뉴스를 훑어본다"고 돼 있습니다. 흥미를 끄는 기사엔 메모도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원작의 묘사를 보나, 영화 동영상을 보나, 아이패드의 많은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녹아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보기 힘들단 주장도 가능해 보입니다.

◆'억지 주장' 비판도 만만찮을 듯

'2001년:스페이스 오디세이'에도 뉴스패드 외에 여러 가지 흥미로운 상상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핼(HAL)이란 컴퓨터입니다. 기술 진보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화와 기계의 인간화란 양극단적인 현상을 통해 탄생하게 된 핼은 그야말로 인간적인 감성으로 똘똘 뭉쳐 있습니다.

'인간의 감성을 갖는 컴퓨터' 역시 요즘 과학자들의 주 연구 대상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려졌던 외계 문명 탐사 역시 외계 지능 탐사프로젝트(SETI)로 이어졌구요.

또 우주 비행사인 프랭크 풀이 힐튼 우주 호텔에서 자신의 딸과 교신할 때 화상전화로 연결합니다. 이 부분 역시 이미 현실 속에서 구현되고 있지요.

이처럼 뛰어난 SF 작품에는 인류의 문명을 뒤흔든 위대한 발명품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녹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아이디어에서 모티브를 잡아서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인류 최대 재주꾼'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남긴 메모를 그대로 구현해 낸 발명품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발명품에 대해 "이미 수 백 년 전에 그 아이디어가 있었다"며 시비를 걸진 않습니다. 그러니 언뜻 보기에도 삼성의 주장은 좀 억지란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따지면, 매셔블 기사대로 가상현실 게임을 비롯한 많은 발명품들 역시 '특허 침해'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희화화하는 느낌이 없진 않습니다만, CCTV는 조지 오웰의 '1984'에 이미 나왔으니, 역시 독창적인 발명품이 아니란 주장도 가능합니다.

◆'스페이스 오디세이 공방' 어떻게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까지 동원했을까요? "웬 억지?"란 비판이 뒤따를 걸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삼성 입장에선 "갤럭시 탭이 위반했다는 특허는 보편적인 것"이란 주장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아이패드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게 아니란 겁니다. 그보다는 "그 정도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란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다소 억지스러워 보이는 얘기들이 자꾸 회자되는 게 삼성 입장에선 그리 손해될 것 없다는 겁니다.

아직 삼성의 문건이 완전히 공개된 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얘기하긴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적인 영화까지 등장하면서 이번 특허 분쟁은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미국 법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벌써부터 '스페이스 오디세이 공방, 그 뒷 얘기'가 궁금해집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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