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 약가인하 방안이 시행될 경우 제약업계가 2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돼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사상 유례없는 제약사 사장단 및 임직원들의 집단 시위를 강행,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2일 한국제약협회의 '일괄 약가인하시 매출 감소 및 경영상태 추계'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정부가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의 최고가를 80%대에서 53.5%로 일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복지부의 정책이 차질없이 시행된다면 지난해 시장 규모(12조8천억원)을 기준으로 약가를 53.5%로 일괄 인하한다고 가정할 경우 매출액은 2조4천641억원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 역시 각각 2조408억원, 2조2천866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약협회는 그동안 비중이 높다고 지적받아온 판매관리비를 절감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경상이익 적자를 상쇄하기 위해 줄여야 할 판매관리비 규모는 2조2천866억원이다.
하지만 판매관리비 계정에서 인건비를 50%로 줄이고 광고홍보비와 연구개발비를 전혀 투자하지 않을 경우 절감되는 규모는 1조3천195억원이다.
협회는 "이론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인건비, 광고홍보비, 연구개발비 등을 최대한 줄인다고 해도 판매관리비 비중은 13.97%로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 역시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제약협회는 지난 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기본적인 생존기반 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해 진행중인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그동안 추가 약가인하 정책에 반발해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탄원을 제기하고 청와대에 대통령 면담까지 제기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법적 대응과 함께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곧바로 오늘(12일) 오전 9시부터 제약회사 사장단 및 임직원 100여명은 한국제약협회 앞에서 정부의 추가 약가인하 정책에 집단 시위를 진행하고, 뒤이어 복지부를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추가 약가인하가 시행될 경우 적자 해소가 불가능해 8만 제약인 중 2만명의 실직자가 나오는 '고용해고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도저히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그러나 추가 약가인하 방안을 예정대로 내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날 오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가인하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지출하는 약값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며 "국민 부담을 줄이고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도 개선하기 위해 약가정책을 개선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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