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지난달 7일 정유사의 100원 할인 종료 이후 한달간 지속적으로 오른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칼을 꺼냈다.
정유 업계 한 관계자는 10일 지식경제부가 최근 국내 정유사들에 개별 주유소 공급 가격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100원할인 종료후 국내 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르자 최중경 지경부 장관이 지난달 하순 고유가 상위 500대 주유소에 대해 회계장부를 점검하는 등 비정상적인 인상요인이 있는지를 조사해 유가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지경부는 지난달부터 서울 180여곳의 주유소 회계 관련 장부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경부는 주유소의 장부만을 봐서는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 교차분석을 위해 이번에 정유사에 개별 주유소 공급 가격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경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최 장관이 주유소 장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이미 교차 분석을 위해 정유사 자료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면서 "현재 주유소의 석유제품 사입가와 판매가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지만, 자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비교 자료가 필요하다"고 정유사 공급가 자료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지경부가 과거 오피넷에 주유소 주간 평균 공급가격 공개를 요구한데 이어 주유소 공급가격을 요구하는 등 영업기밀 자료까지 강요하고 있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지경부가 자료를 요청한 것을 사실이지만 거기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며 자료 제출을 공식화 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지경부 요구에 대해 우리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형편은 못 된다"면서 "우리는 이미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 초 지경부가 정유사에 유가 할인을 요구할 당시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요구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말해, 정부 요구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물가와 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유류세 인하를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 유가와 물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게 소비자시민모임의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우리나라는 매달 전년 동월대비 4% 이상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으며, 지난 7월에는 4.7%가 뛰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긴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농수산물의 가격 상승과 유유가격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하반기 물가 상승도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소시모는 설명했다.
소시모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적 상항을 고려하면 정부가 재전건전성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하지 않는 점도 이해는 가지만, 당분간이라도 유류세를 내려 서민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측은 "국내외 유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유류세를 내려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불안으로 최근 국제 유가는 대폭 하락했다.
또 석유수출기구(OPEC)는 월례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경기가 둔화 전망을 감안해 지난 2010년 보다 올해 석유 수요 증가량은 하루 121만배럴에 달하고 올해 대비 내년 석유 수요 증가량은 하루 130만 배럴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요 증가량은 지난달 전망치보다 15만배럴 줄었고, 내년 수요 증가량 전망치는 지난달보다 2만배럴 하향 조정됐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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