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TV 리모컨이나 장난감에 많이 사용되는 단추형 리튬전지(button type battery)를 아이들이 삼키게 될 경우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의료진은 응급 내시경으로 전지를 제거했지만, 이미 삼킨 지 몇 시간이 경과했기 때문에 식도와 기관지에 천공(구멍)이 생겼다. 이 아이는 11일 후 식도와 기관의 천공을 막는 수술을 받았지만, 식도가 이미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결국 4개월 뒤 식도를 포기하고 장을 이용해 식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주는 재건수술을 받고서야 회복할 수 있었다.
한석주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삼킨 후) 늦어도 4시간 이내에 전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식도 손상이나 천공, 혹은 대동맥 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단추형 전지는 크기가 작아 아이들이 먹어도 부모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관리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만약 전지를 삼킨 아이가 통증이나 기침,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일 경우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단추형 전지가 몸 속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몸 안에서 누전이 발생, 조직에 전기적인 화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또 식도나 위장관계에 들어가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대와 식도, 혈관 등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특히 식도에 걸렸을 경우에는 누전에 의한 손상 뿐 아니라 식도 벽이 전지에 의해 눌려 생기는 '압력괴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조기에 제거하면 별 탈 없이 회복하지만 시간이 늦어지면 식도 등 장기에 천공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 대동맥 손상으로 사망에 이른다.
이는 과거 수은전지와 달리 최근에는 리튬전지 사용이 증가하면서 위험이 더욱 높아진 탓이다. 이 중에서도 지름 2㎝ 정도 크기의 전지는 4살 이전의 아이들의 식도에 걸리기 쉬워 더욱 위험하다고 의료진은 지적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6세 미만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켰다는 보고가 매년 3천50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사례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조사에 따르면 매년 40~90명의 아이들이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식도에 전지가 걸린 채 도착해 내시경으로 제거되는 경우도 절반 정도에 달했다.
또 응급 내시경으로 단추형 전지를 제거한 아이들은 2008년 40명, 2009년 20명, 2010년 35명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17명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단추형 전지를 삼켜 병원을 찾은 아이는 연간 300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전지를 삼켰을 경우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최근 단추형 전지를 삼켜 응급실을 찾은 3명의 아이를 분석한 결과 대개 열과 기침, 구토 증상을 호소했고 식도에 걸려있는 경우에는 단추형 전지를 제거하는 응급내시경을 받았다.
특히 두 명의 어린이는 단추형 전지를 삼킨 후 4시간이 넘어 기관 재건술과 식도 재건술을 받는 등 회복에 3~5개월이 걸렸다. 반면 전지를 삼킨 뒤 2시간 30분 안에 병원을 찾은 아이는 응급 내시경으로 단추형 전지를 제거하고 별다른 처치 없이 일주일 만에 회복했다.
한 교수는 "문제는 이같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단추형 전지에 경고문구 조차 제대로 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며 "단추형 전지를 쓰는 리모컨이나 장난감의 덮개 부분이 아이들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어 "부모들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전지 포장에 아이들이 먹지 못하도록 경고 문구를 넣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