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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많은 것도 질병?"…지나친 졸음 '기면증' 주의


졸음으로 인한 2차적 피해 심각…병원 찾아 정확한 진단 받아야

[정기수기자] "잠이 많은 것도 질병이다?"

직장인 김모(39)씨는 밤에 잠을 푹 자고 출근해도 밀려오는 졸음을 떨쳐내기 힘들다. 세수를 하고, 다리를 꼬집고, 커피를 몇 잔씩 들이켜도 졸음을 이겨내기 힘들다. 몸에 문제는 없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업무상 운전을 할 일이 많아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은 김씨는 '기면증(嗜眠症·narcolepsy)' 진단을 받았다.

졸린 현상이 하루 종일 지속되거나, 일반적으로 잠이 들기 힘든 상황에도 졸음이 쏟아진다면 '기면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단순한 졸음 정도가 아니고 쉴새없이 잠이 쏟아진다면 그 확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잠이 많다는 것은 사실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운전을 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 깜빡 잠이 들 경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 의사로부터 정확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의료전문가들은 "기면증은 그 증상 자체보다는 졸음으로 발생하는 2차 사고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면서 "단순 졸림 현상으로 질환을 방치했다가는 운전, 기계 조작 중 졸음이 발생해 환자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중 31%가 졸음운전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기면증은 학습 능률과 업무 효율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면증과 삶의 질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면증 환자가 겪는 고통은 파킨슨병, 간질 환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보고됐다.

아울러 기면증 환자의 경우 청소년 시절 학습 능률 저하로 성적이 떨어지거나 교우 관계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성인 환자 역시 원활한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렵다.

◆참을 수 없는 잠의 유혹 '기면증'...국내 환자 2만5천명 달해

기면증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드는 것이 특징인 질환이다.

기면증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시절에 처음 시작된다. 밤에는 물론이고 정신을 집중해서 공부나 일을 해야 하는 낮 시간에도 갑자기 저항할 수 없는 잠이 쏟아진다. 졸음과 함께 갑작스러운 무기력증을 수반하기도 한다. 선잠이 들어 착각과 환각에 빠지는 것도 특징적인 증세다.

대한수면학회는 지난 5월 '낮에도 졸린 기면증도 병입니다"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면증은 드문 질환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잘 알지 못 해 의심하지 못하거나 조기에 진단되지 않아 상당 기간 동안 고통 겪다가 치료를 받게 되는 안타까운 질환이다.

미국의 역학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중 500명의 기면증 환자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4천500만명 중 2만5000명의 환자가 있고, 연간 630명의 새로운 환자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2천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낮 동안 심하게 졸음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히 '게으르다'고 할 것이 아니라 '수면-각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수면전문의를 찾아 진료 받아야 한다.

진단은 야간에 실시하는 다원수면검사와 주간에 실시하는 입면잠복기 검사가 사용된다. 또 HLA-DR2라는 인간 백혈구 항원이 환자의 90% 이상에서 발견되므로 진단에 참고가 된다.

이 병은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약물요법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다.

◆기면증, 약물로 치료 가능

최근 기면증의 병리기전이 뇌하수체의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각성에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부족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신경전달 물질을 합성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면증 치료는 대부분 중추신경계 자극제를 통해 이뤄진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약물은 ADHD 아이들의 치료약으로 알려진 '리탈린', 흥분제에 속하는 '암페타민류', 그리고 기면증치료제로 널리 처방되고 있는 '프로비질'이다.

현재 유사약물로 메틸페니데이트 등이 발매되고 있기는 하나 이 약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되며, 기면증이 아닌 수면발작을 적응증으로 하고 있다. 또 야간 수면 방해, 심혈관계 부작용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암페타민이나 리탈린과 같은 의약품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며 약물에 대한 의존성을 증가시킨다. 작용시간도 3~4시간에 불과해 하루에 수차례 복용이 필요하며, 야간 수면을 방해해 불면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프로비질은 수면에 관련된 중추에만 작용하는 세계 최초의 기면증 치료제로, 메틸페니데이트와 같은 각성제와 달리 의존성과 습관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각성제로 분류되는 유사약물과 달리 의존성을 유발하지 않고, 사용을 중단해도 금단증상을 유발할 위험성이 적어 안전하다. 12시간의 작용 시간으로 하루 한번 복용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낮 시간의 과다수면만 깨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밤 시간 중 충분한 수면이 가능하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최근 연구 결과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업무·학업능력 저하에 따른 스트레스, 우울감이 감소해 삶의 질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집중력과 자신감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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