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삼성전자 사업부장 중간 교체 왜?

[박영례기자]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임기중 사업부장 교체인사를 단행했다. 패널과 반도체 시너지를 고려했다는 설명이지만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격도 짙다. 인사와 함께 반도체와 LCD로 나뉘었던 사업부를 묶어 부품총괄 즉 DS총괄을 신설했다.

2009년 각 사업부체제로 개편한 이후 부품부문의 총괄이 복원된 셈이다. 이를 반도체사업부를 이끌던 권오현사장에게 맡긴 것은 반도체 1등 전략을 LCD로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함께 부품사업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인사가 최근 내부비리 등 인적쇄신 등과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폭적인 후속인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1일 삼성그룹은 이같은 내용의 삼성전자·삼성정밀화학 등 일부 계열사에 대해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먼저 삼성전자는 기존 메모리담당과 시스템LSI담당을 사업부로 격상하고 반도체사업부를 폐지했다. 대신 메모리,시스템LSI ,LCD사업을 총괄하는 'DS사업총괄'을 신설, 권오현 사장을 총괄사장에 임명했다. 권오현 사장은 LCD사업부장도 겸직, 사실상 부품 전반을 총괄케 했다.

이어 더해 공석인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에는 한명섭 전무를 임명하고, 신종균 사장에게 무선사업부와 함께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관장토록 했다.

◆LCD 실적부진 문책- '권오현 반도체'에 힘 실어

이번 조직개편과 인사는 반도체와 패널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부품사업의 독립성 강화가 골자다.

부품사업의 기술개발, 제조, 구매, 대형 거래선에 대한 영업 등 시너지를 제고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간 교류를 통해 부품사업간 경쟁력 편차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여기에는 부품총괄을 따로 둠으로써 그동안 삼성전자가 부품과 세트사업을 병행, 해외 부품 거래선과 협력업체인 동시에 경쟁 관계로 이어지는 데 따른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그러나 장원기 LCD 사장이 대표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경영에 손을 떼게 됐다는 점은 최근의 실적악화에 따른 문책성격이 크다는 평가다.

실제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는)LCD 실적부진에 책임을 물은 것도 사실"이라며 "반도체 사업부장에게 이의 총괄을 맡긴 것은 부품사업의 시너지 제고를 통해 LCD사업 위기를 극복, 조기정상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최근 삼성테크윈을 시작으로 감사팀장의 잇단 교체 등 그룹차원의 인적쇄신과는 거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불거진 대대적인 사장단 교체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는 최근의 감사 등 이후 후속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며 "사장단 급의 추가적인 인사 가능성은 낮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힘받는 '권오현-신종균' 체제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의 또다른 특징은 반도체와 무선사업부를 이끌어온 두 사업부장의 전진배치다.

반도체사업부는 최근의 업황둔화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오면서 이를 맡아온 권오현 사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권사장은 반도체사업부가 폐지된 대신 LCD사업부장을 겸직,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LCD사업의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됐다.

아울러 LCD와 반도체를 아우르는 신설된 DS총괄을 맡게 됨으로써 부품사업에 있어 이의 총괄사장으로 권환이 대폭 강화된 것. 총괄산하에 편제된 메모리담당과 시스템LSI담당이 사업부로 격상됨에 따라 권사장은 3개 사업부를 함께 이끌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삼성은 DS사업총괄내에 이를 보좌할 '경영지원실' 별도 신설하고 신임 실장에 사장급인 김종중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배치했다. 그만큼 권사장과 부품사업에 보다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권사장은 부품사업 총괄로서 전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지성 대표로 부터 부품사업 부문의 상당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세트와 부품 전체 사업은 기존대로 최지성 대표가 총괄하게 된다"며 "그러나 DS총괄 신설에 맞게 관련 권한 일부가 위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신종균 사장 역시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새로 한명섭 전무가 맡게된 디지털이미징 사업부까지 총괄하게 돼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 디지털이미징사업부까지 3개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실상 또다른 세트사업 총괄역을 맡게 된 셈.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지성 대표체제 아래 권오현-신종균 투톱으로 이어지는 사업부장체제로 과거와는 다른 또다른 세트와 부품사업간 시너지등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