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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이젠 '노브랜드'에도 밀린다


주요 시장서 중국·인도 무명업체들에도 밀려

[로스앤젤레스=이균성 특파원]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를 흔드는 것은 애플과 구글 등 스마트폰의 강자들 뿐만이 아니다. 신흥 시장에서는 브랜드조차 생소한 기업들이 노키아의 목줄을 죄어오고 있다.

그동안 노키아의 튼튼한 근거지였던 중국 인도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저가 휴대폰들이 노키아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 2년여간 애플과 구글에 극심하게 밀리면서도 휴대폰 판매대수 측면에서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이 회사의 일반폰이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급부상하며 저가 시장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특히 이들 저가 휴대폰 업체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치고 나올 태세여서 노키아로서는 더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위로는 애플 구글에 치이고 밑으로는 저가 업체들에게 쫓기는 형국이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있는 CCS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 지오프 블래버는 "3년 전에만 해도 신흥시장에서 노키아의 입지는 난공불락의 상황이었지만, 많은 아시아 휴대폰 업체들이 저가 칩과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가격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에서 노키아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업체는 중국의 ZTE와 화웨이다. 두 업체는 통신장비 업체로 출발했으나 최근 휴대폰 사업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ZTE는 올해 8천만대의 휴대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는 6천만대를 팔았다. 화웨이도 올해 6천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IDC의 리서치매니저 멜리사 쵸우는 "두 회사는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저가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노키아의 약세는 확연하다. 글로벌 경제가 2009년 들어 조금씩 회복되면서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저가 휴대폰 수요가 살아나기 시작했지만 노키아의 일반폰 판매는 3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올 1분기에는 8천430만대의 일반폰을 판매했는데 이는 1년전에 비해 2% 줄어든 것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ZTE나 화웨이 뿐만 아니라 이름마저 생소한 작은 업체들이 노키아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노브랜드 기업 제품이 이미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이때문에 노키아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년전 33%에서 최근 19%로 급락한 상황이다.

이들 중국 기업들은 특히 아프리카, 인도, 남아메리카, 러시아 등의 신흥 시장으로 맹렬하게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인도에서도, 노키아는 수많은 제조업체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인도는 휴대폰 가격과 이용료가 저렴하다. 일반폰 가격은 약 20 달러이고 분당 이동전화 사용료는 1센트다. 이 때문에 휴대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인도 휴대폰 시장 규모는 2억2천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제조 업체들은 박한 이윤을 놓고 격전을 벌여야만 한다.

1분기에 인도에서 중국 노브랜드 업체들의 점유율은 20%에 달하고 있다. 노키아는 26%였다. 2년전만 해도 노키아의 인도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노브랜드 업체들이 노키아 점유율을 얼마나 잠식했는 지 알 수 있다.

인도 휴대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맥스는 지난해 인도 시장의 7.6%를 점유했다. 이 회사는 특히 인도 현실에 맞게 듀얼 심 카드 폰을 들고 나와 노키아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마이크로맥스는 한 달에 약 100만대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중 80~85%는 듀얼 심 카드 폰이다.

노키아의 경우 지난달에야 비로소 비슷한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가격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에서도 신흥 기업들에 밀린다는 이야기다.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리서치인모션(RIM)과 애플에 밀려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리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삼성전자와 HTC의 공세가 날카롭다. 특히 삼성은 고가부터 중저가까지 제품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노키아의 침체로 큰 반사이득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서유럽 휴대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점유율 29%로 28%의 노키아를 따돌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점유율이 5% 포인트 올랐지만 노키아는 10% 포인트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분석가 네일 모스톤은 "노키아는 저가 제품군에서는 중국 등 아시아 업체로부터, 고가 제품군에서는 미국 업체로부터 협공을 당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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