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이젠 그러려니 한다. 툭하면 통화 도중 끊기는 스마트폰. 화도 안난다. 금방 다시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제 전화가 XX폰이라 끊겼네요" 하면 상대방은 "아유~ 전 XX폰이에요. 그래서 끊겼을꺼에요"라며 서로 웃고 만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네트워크엔 이상징후가 안잡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발뺌을 했었고 단말기 업체들은 '이게 다 통신망 부하 때문'이라고 떠넘기기 일쑤였다. 소비자들은 끊김현상에 익숙해진 것인지, 항의하는 것에 지친 것인지, 어느덧 '체념'하고 사용하는 중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5일, 처음으로 스마트폰 통화품질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 휴대폰에 비해 통화성공률이 최대 2% 낮다는 게 조사결과였다.
방통위의 조사 내용 자체는 아쉬운 점이 많지만 그동안 '스마트폰 통화품질 문제있다'던 소비자들의 지적은 적어도 사실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화품질 조사는 조사관이 살짝 해당지역에 가서 테스트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일시적 네트워크 장애 등의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 몇날 몇시에 간다고 미리 공지해뒀어요.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 하라는 의미였죠"라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이번 품질평가는 통신사들이 자기네의 최대 네트워크 역량을 모조리 투입한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일반 휴대폰보다 전화를 걸었을 때 제대로 걸리지 않거나 끊기는 확률이 가시적으로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분명히 스마트폰 통화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콸콸콸', '올레'하게 이용하라던 3G 데이터 서비스는 더 심하다. 최대 21Mbps 속도를 지원해 700MB 영화를 단 5분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고 자랑자랑을 해대던 통신사들의 실제 모바일 데이터 속도는 20분의 1 수준인 1Mbps 남짓에 불과했다.
이 정도 속도로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니 한 페이지가 뜨는데 무려 10초 가까운 속도가 걸린다. 국제표준은 4초인데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네트워크 역량을 확보해놓고 방통위의 품질평가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웹페이지 접속에 10초가 걸렸다.
통신 강국, IT 강국의 이미지를 무선인터넷 강국으로 이어보려고 정부나 통신사나 그렇게 떠들었건만 실상은 이용하기에 '짜증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심지어 스마트폰 신제품을 발표할 때마다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철저히 듣고 반영했다"고 목청껏 외치던 단말기 제조사들은 아예 통화품질 조사를 위한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실제 자기네 제품의 '품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회는 거부하면서 소비자 반응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수렴했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26일 현재 통신 3사나 단말기 제조사 어떤 곳에서도 '앞으로 어떠어떠한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겠다'라는 식의 발표는 없다.
여전히 TV나 신문, 인터넷에서는 '우리 통신사는 데이터서비스가 펑펑', '우리 단말기는 동영상이 빵빵'하는 소비자 현혹성 광고만 판친다.
소비자들만 '내가 느꼈던 불편함은 나만 그런게 아니라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의 '합작 불량'이었구나'하고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들의 씁쓸함이 '불신'으로 바뀌기 전에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불량'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통신사들은 스마트폰 통화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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