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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30분' 복약지도에 720원?…약국 복약지도료 '손 대나'


비난 여론 팽배…복지부·건보공단 약국조제료 적절성 검토

[정기수기자] "복약지도료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는데..."

"약값에 복약지도료가 포함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상당수 약국에서는 복약지도가 부실한데 돈을 받아 챙긴다는 건 좀 부당하지 않나요?"(아이디:새누새)

"식후 30분 복용 설명도 없이 약만 지어주는 약국이 수두룩합니다."(아이디:방랑자)

"길어야 1~5초 걸리는 들으나 마나한 복약지도 하고 720원 떼어간다니...귀틀어 막고 안 듣고 720원 달라면 줄까요?"(아이디:루비)

19일 한 네이버 카페에는 복약지도료에 대한 성토 글이 빗발치게 올라왔다. 약사법에 명시된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약국의 '복약지도료'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최근 경실련 등의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상당수 약국의 복약지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심야응급약국 56곳과 당번약국 중 119개를 방문해 운영실태를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복약지도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번약국의 대다수인 95%(102곳)는 복약지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5곳이 복약지도를 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된 복약지도가 아닌 간단한 설명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전국적으로 95% 이상의 약국에서 약을 판매할 때 복약지도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언급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이 판매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복약지도 시간도 짧다. 대전 YMCA가 2008년 7월 성인 남녀 35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256명)가 '복약지도를 받은 시간이 1분이 안 됐다'고 답했다.

현행 약사법에는 약사가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방법, 부작용, 상호작용 등 6가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복약지도로 규정하고 있다.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에 따라 조제와 복약지도는 약사의 권한이자 의무가 됐으며 복약지도료는 당시 160원 수준에서 260원으로 인상됐고 현재는 건당 720원이 조제료에 포함된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인들이 약국을 찾아 병원 처방전을 내밀고 약사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은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지난해 건보재정에서 지출된 복약지도료는 3164억원(4억6532만건)으로 나타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조제료의 적정성 검토에 착수했다.

복잡한 조제료를 단순화하고 지도 시간에 비례해 복약지도료를 삭감할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20일 복지부와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달 말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약국조제료 수가 개선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복지부가 마련한 약국조제료 수가 개선안의 기본방향은 의약품 병·팩단위 조제수가를 조제일수에서 1일분으로 산정하고, 투약일수에 따라 수가가 가산되던 의약품관리료를 방문당 지불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건보공단도 최근 '약국조제료 지불방식 개선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복잡한 조제료를 단순화해 연간 3230억~4350억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복약지도료를 정할 때 기준 시간을 3분으로 잡았으나 실제로 3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50% 깎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조제료 산정 설계시 복약지도료는 3~5분 정도 환자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정됐지만, 실제 이를 지키는 약국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부 약국에서 실측한 결과 약국들이 복약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은 평균 25초에 불과했다"면서 "단순 계산하자면 복약지도료를 현재의 8~14% 수준으로 인하해야 적정 수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선 약국·약사들은 복약지도는 적절한 약의 복용과 건강에 대한 정보 등을 전달하는 것으로 단순히 시간 개념으로 따져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 관계자는 "만성질환의 경우 별도의 복약지도가 필요하지 않으며 병이나 팩단위 조제가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일반인들도 알 정도의 상식적인 복약지도를 위해 지불하는 비용치고는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약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 경우에만 복약지도료를 받도록 2008년 규정을 바꿨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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