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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 바보상자 이길까…스마트시대 시청자들은?


스마트TV 성패, 시청자 행태와 콘텐츠 확보가 관건

[강호성기자] '시청자들은 바보상자를 원할 것인가, 똑똑한TV를 원할 것인가.'

다시 TV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애플, 구글의 양대 진영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가세하며 글로벌 TV 전쟁의 전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TV 전쟁의 키워드는 '스마트(Samrt)'. 애플은 앱스토어 생태계를 앞세워,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플랫폼과 검색서비스를, 삼성과 LG는 TV 제조 역량을 등에 업고 스마트TV 시대의 승자를 노리고 있다.

스마트TV란 TV에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인터넷 IP망을 연결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TV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가정용TV에 인터넷과 TV의 기능, 스마트폰 기능까지 합친 '똑똑한 TV'를 의미한다. 그래서 기존 '바보상자'와 구분된다.

◆스마트TV 판매 댓수의 장밋빛 전망

국내 스마트TV 시장은 올해 54만대 규모에서 2013년 131만대 가량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시장조사 기업들은 2013년 전세계 TV 출하량의 33.3%를 차지하며 약 1억대 가량이 보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말하자면 스마트TV의 세상이 활짝 열린다는 주장이다.

아이폰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애플은 'TV는 TV 답게'라는 전략으로 덤빈다. 애플은 콘텐츠 재생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구글TV의 핵심은 시청중 브라우저를 열어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고 이용하는데 있다. 'TV를 컴퓨터처럼'이라는 모토를 잡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야후와 제휴를 맺고, LG전자는 독자적 앱스토어를 준비하는 등 제조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

업계 관게자는 "스마트TV는 N스크린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미래형 TV 시장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며 "흘러 지나가는 트렌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똑똑한 PC '실패의 추억'

하지만 스마트TV의 성패가 의외의 곳에서 결판날 수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시청자들이 '누워서 TV를 볼 것이냐' '‘TV 앞에 바짝 다가앉아 볼 것이냐' 하는 습관이 대세를 결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귀가 후 파자마나 속옷바람에 드러누워 리모콘을 꾹꾹 눌러 보는 스타일(lean back)이 그 하나다. 흔히 말하는 '바보상자'를 대하던 방식으로, 연령 층을 굳이 따져보자면 유아나 성인, 고령자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또다른 시청형태는 의자에 앉아 몸을 앞으로 숙여 화면에 가까이 두고 보는 형태(lean forward)를 들 수 있다. 마치 컴퓨터나 모바일 단말기를 대하듯 하는 방식으로, 청소년들에 많이 나타난다.

이런 식의 '소비자 행태'를 기준으로 하는 경쟁과 분석이 과거에도 없지 않았다. 지난 80년대 이후 가전업계와 컴퓨터 업계는 TV와 PC를 앞세워 가정 내 전자-통신기기의 콘트롤타워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가전 업계는 TV에 PC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홈'의 대표주자로 내세웠다. 인텔 같은 CPU 업체는 PC에 미디어 기능을 강화해 IT 기기의 주도권을 쥐려 했다. 결과적으로 TV와 PC의 장점을 결합하려던 두 진영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 31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개최한 '미디어산업 포럼'에서 "스마트TV는 TV와 PC, 스마트폰의 결합을 시도하는 '그랜드 플랫폼' 경쟁의 일환으로, lean back 소비자와 lean forward 소비자를 모두 충족시키고 통합해야 한다"며 "과거 통합에 나섰던 대기업 대부분이 실패했다는 점을 볼 때 스마트TV의 성공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청행태는 세대의 영향보다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도 있다. 네티즌 세대가 분명 능동적 이용자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면 수동적인 시청행태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연구에서 발견된다는 것.

최성진 교수는 "휴대폰은 스마트폰으로 혁명적 전환이 쉽게 가능하지만 한번 바꾸면 10년은 쓰게 될 TV의 스마트TV화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더 많다"며 "IT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기술적으로 스마트TV 구현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해 차별화된 콘텐츠 없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에 성패 걸어야

300만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IPTV를 성공한 미디어라고 평가하는 곳은 허가장을 내준 정책당국 뿐이다. IPTV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따기 전 줄기차게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지만, KT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가릴 것 없이 다른 유료방송과의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송업계에서는 스마트TV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기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 특성을 살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울러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책당국은 방송콘텐츠 제작역량 강화에 지원을 늘리는 등 콘텐츠 활성화에 올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한두 곳 TV 제조사의 매출은 올라가겠지만, 국민들은 스마트TV의 효용을 느끼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내용없이 '똑똑한 척'하는 TV보다 '바보상자'에 안주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뜻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산업논리만 강조해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일부 제조업체 지원만 강화하는 꼴이 된다"며 "스마트 미디어가 수출의 동력이 아니라 콘텐츠 수입의 파이프라인으로 작용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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