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정부가 이와는 반대되는 전망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는 구제역과 석유가격 등의 공급부문 불안요인으로 물가가 상승했으나, 수출과 내수 등 실물경기는 지속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12월 광공업 생산의 경우 반도체·자동차 부문의 생산 호조 및 여타 제조업종의 고른 증가 등으로 전월대비 2.8%, 전년 동월 대비 9.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달 서비스업 생산은 한파 및 구제역 여파 등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은 감소했으나, 수출호조 및 주택거래 증가 등으로 운수업·교육업·부동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월대비 1.3%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부동산·임대업, 전문·과학·기술업 등이 부진을 보였으나 수출 호조 등으로 운수업, 금융·보험업 등이 증가를 보이면서 2.1%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1.6%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 16.0% 증가하는 등 회복세로 돌아섰다. 12월 설비투자는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 투자가 감소했으나, 기계류 투자가 4개월만에 증가세로 전환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세를,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 감소세를 각각 기록했다.
최근 증가세가 조정을 받고 있는 모습을 이를 감안하더라도 최근 설비투자는 주요 업종의 수출 증가세, 양호한 투자심리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재정부는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5만5천명 증가했으며, 고용율도 58.0%로 전년 동월 대비 0.4% 포인트 높아지는 등 민간부문 중심으로 고용 개선이 지속됐다.
◆취업자 40만명대.고용율 58%...고용 개선 지속 이를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28만4천명), 건설업(▲2만5천명), 서비스업(15만4천명) 농림어업(1천명) 등 모두 부문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재정부는 제조업 취업자가 6개월 연속 20만명 이상의 큰 폭의 증가세 지속했으며, 보건·복지(▲17만4천명), 사업지원(▲9만8천명), 전문과학기술(5만7천명) 등을 중심으로 증가세 보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비스업 취업자는 공공행정에서 2만5천명이 감소했으나 감소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금융시장은 국내외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하락했으나 월말에는 이집트 사태로 개선 폭이 축소됐다.
주식 시장은 1월 초반 글로벌 경기회복 및 주가상승 기대감으로 종합주가 지수가 2천110선에 진입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월말로 가면서 중국의 추가긴축 전망 확산 및 일본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이집트 사태 등 대외 불안요인 등으로 상승폭 축소됐다.
원·달러 환율도 국내외 경기회복 지속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월말 이집트 사태에 따른 중동 지정학적 위험으로 하락폭 축소됐다.
하지만 국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경기는 여전히 어렵게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올 들어서는 지속적인 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와 설연휴로 인한 일시적으로 소비가 살아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질 경기 여전히 어려워…민간소비 소폭 상승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제품·가공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4.1%로 상승하면서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내세운 3%를 넘어섰다.
재정부 측은 이에 대해 근원물가는 2%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서비스요금 상승 등으로 전월 보다 상승폭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지난 12월 소매판매는 내구재(전월대비 6.5→2.5%) 및 비내구재(3.0→2.0%) 판매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또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증가(4.2%)했으나, 기저효과· 석유제품 가격상승 등으로 내구재(△2.5%) 및 비내구재(△2.0%) 판매가 부진해 전체적으로 1.0% 감소햇다.
업태별로는 전문상품소매점(△2.3%)이 전월대비 감소했으나, 백화점(0.1%), 대형마트(0.6%)는 증가세로 전환했다. 이는 이들 매장들이 설연휴 등으로 인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한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재정부 측은 "앞으로 소매판매 지수는 인금인상 등 가계소득과 취업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상승할 것"이라며 "특히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 100을 상회하고 있는 등 소비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집트 사태에 따른 국제원자재가격 상승과 농축산물가격 상승, 구제역 및 조류독감 확산 등이 소비증가의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정부는 덧붙였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세계경제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EU(유럽연합)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악화,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이집트 등 중동정세 불안 등 위험 요소가 있어 내수 경기 회복세를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정부는 물가안정 속에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거시정책을 운용하는 한편, 국내외 위험요인에 대비해 경제체질 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부는 공급측면의 물가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1.13일 시행한 물가안정 종합대책의 추진실적을 점검ㆍ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수출 449억 달러(49조9천243억 원)로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으며, 1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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