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2NE1을 제일 좋아합니다. 소녀시대는 처음엔 별로다 싶었는데 보면 볼수록 좋아졌어요."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사장은 "회사에서 인기투표를 했더니 태연이 1위였지만, 개인적으로는 소녀시대에선 유리가 제일 좋다"고 귀띔했다. "카라가 그렇게 인기가 높은 지 일본에 갔다가 실감했다"는 그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1960년생인 김 사장은, 말하자면 든든한 열혈 '삼촌부대'의 한명인 셈이다.
김태희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마이 프린세스나 싸인, 드림하이 등 최신작 뿐만 아니라 성균관스캔들, 추노, 아이리스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드라마 전문 블로그도 찾아 다니며 감각을 익힌다. 그렇다고 '본방사수파'는 못된다. "주말 저녁 드라마는 대략 본방을 볼 수 있지만, 평일 드라마는 재방송으로 볼 때가 많아요."
컴퓨터를 전공하고 회사에선 기술책임자로 분초를 다투었고, 지금은 CEO로 눈코뜰새 없는 김 사장이 드라마나 K-POP을 꼼꼼하게 챙기는 이유는 무얼까.
"일본이나 동남아에 비즈니스 출장을 나가보니 알겠더라구요. 그 쪽 사람들은 한류 드라마나 K-POP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들에겐 제가 듣고 보고 하는 얘기가 최신 정보인 거죠. 처음엔 의식적으로 챙겼지만 저도 이제 자연스럽게 팬이 됐어요."
"사실 저는 드라마는 볼 시간이 없어요. 그런데 DVD를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게 있어요. 겨울연가입니다. 그거 안보니 대화가 안되더라고요." 그는 "태국 같은 동남아 거래처에 가보니 한국 연예인에 열광하는 게 보통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며 "한국 연예인은 다들 잘 생기고 예쁘다고 하는데, 우리보다 더 광적인 거 있죠?"라며 신기해했다.
변 사장은 스스로를 한류에 '무덤덤한 편'이라고 분류하지만, 한류의 한 축인 '김치'의 덕을 톡톡히 본 인물이다. 김치 사러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일본 주부들이 적지 않다는 것 쯤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일본 배추로 담아보아도 '기무치' 맛이 날 지언정 김치 맛이 날 수는 없는 법이다.
"일본 거래처 임원 부부가 김치를 너무 좋아하는데, 한국 배추를 구하기가 어렵다며 아쉬워 하는 겁니다. 그러기에 기억해 놓았다가 다음 미팅에 깜짝 선물로 배추를 몇 포기 내놓았어요. 얼마나 좋아하는 지..." 그러면서 변 사장은 껄껄 웃었다.
'김치 비즈니스'가 성공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휴맥스는 일본 소매시장에서 셋톱박스 판매 2위를 달리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자기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이들 회사에 한류가 양념 같은 알짜 도우미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안연구소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휴맥스는 해외에서 차량인포테인먼트 사업에 도전한다.
강호성기자 chaos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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