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최근 무상 복지 시리즈를 내놓아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문제인 '재원'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무상 복지 시리즈를 위한 재원 대책으로 이명박 정권의 부자감세 철회와 세입세출 구조 개편,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이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허구'라고 반박하면서 재원 논란이 이슈가 됐다.
증세를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20일 복지 재원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손학규 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 재원 대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섰다.
조승수 대표는 "민주당은 증세 없이도 보편적 복지국가가 가능하다고 하고 그 방안으로 비과세 감면의 축소와 감세 철회, 예산 낭비 축소를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세금에 대한 국민 정서를 고려해 증세 이야기는 피하고 싶겠지만 민주당의 복지 재원 확보 방안은 우리의 조세재정 현실에서는 비현실적"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참석한 학자들도 민주당의 세입세출 구조 개편과 비과세 감면 축소로는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비과세 감면에서는 사실상 끌어낼 것이 없다. 70% 이상이 서민 관련이고, 대기업으로 가는 것도 IT 투자세 공제가 2조8천억원 있지만 항목이 많아 한꺼번에 못 자른다"며 비과세 감면에서는 모든 저항을 물리쳐도 3~4조원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국방비를 줄이자는 말도 있지만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와 연동돼 다른 곳에 수요가 있어도 뺄 수 없다"며 "콘크리트 예산을 줄이자고 하지만 이미 재정 구조 개혁이 이뤄지고 있고, SOC 예산은 올해도 마이너스였다. 비과세 감면하고 SOC를 줄여도 별로 얻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도 자신의 경험을 들어 비과세 감면 축소를 통해서는 복지 재원 마련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기획위원은 "2007년 저출산이 심각해 저출산 특별회계를 만든 적이 있는데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부상보육을 30%까지 확대하자고 했다가 엄청 욕 먹었다"며 "비과세 감면은 각 부분마다 이익단체들이 많아 축소하면 국정이 마비될 정도이고, 근거도 있는 부분도 많아 세수가 많이 걷히지는 않으면서 머리만 아플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세금 폭탄'이라는 보수세력들의 공격을 넘고 복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증세로 인한 자금을 우선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서구의 예를 봐도 복지국가가 되려면 완전 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고용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현재 비정규직 등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는 100조가 아니라 200조를 써도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며 증세로 인한 재정을 우선 사회적 일자리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증세를 해도 국민적 지지를 얻어내고 보수세력으로 대표되는 여당의 비판으로부터 방어하려면 증세된 돈을 노동시장에 투입해 안정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일을 해 자신의 생활 반도를 찾으면서 세금도 올라간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중심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머지 문제가 주변적으로 해결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부자증세 보다는 보편적 증세와 강력한 시민운동을 통해 저항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보편적 복지 요구는 보편적 증세와 결합될 수 밖에 없다. 2012년 증세 논쟁을 하려면 '내라'의 방식보다는 '내자' 방식으로 가는 것이 정공법"이라며 "결국 어떤 방식도 저항자가 있는데 이를 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중적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보편적 복지에 열망을 갖는 시민들을 복지 재원의 주체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금 이명박 정권이 동일하게 세금을 낮춰도 부자가 효과를 더 보는데 마찬가지로 동일하게 세금을 높여도 부자증세 효과가 난다"고 주장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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