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빅뱅을 통해 '글로벌미디어그룹'을 육성하자는 이야기가 있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규제들때문에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방송정책은 여론 다양성 확보에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규제가 중첩돼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야기다.
27일 (사)미디어미래연구소(소장 김국진)가 주최한 '방송통신 융합시대 방송콘텐츠 사업규제제도 개선방안'에서는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제언들이 쏱아졌다.
▲매출액 제한(PP 전체 매출액의 33%), 종합유선방송사(SO)의 특정사업자 임대 전체 운용채널의 20% 초과 금지, MSP(MSO+MPP)의 특수관계자 채널 35% 초과금지 등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강력한 콘텐츠 지배력을 갖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 받는 유료방송 채널사업자(PP)에 대한 현실도 다뤄졌다.
◆규제가 규모있는 PP 등장 봉쇄...중국과도 경쟁 안 돼
김국진 소장은 "융합의 진전으로 콘텐츠가 없다고 하는데, 방송콘텐츠의 경우 정말 심각한 규제 현실에 놓여 있다"면서 "한미FTA 비준이 되서 PP 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역량있는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현재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연구위원은 "국내의 PP 규제는 반독점법이나 공정거래법의 규제조항이 모호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적 보호 강도가 낮았던 시기에 일부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존 규제는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외국처럼 매출액 규제같은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 성과규제로 가야 한다"면서 "PP의 자체제작 또는 HD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제정하는 등 품질에 대한 평가제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J미디어 서장원 상무는 "우리 규제에 따르면 PP의 매출제한은 4천200억인데, 글로벌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나 디즈니의 매출은 5조원"이라면서 "그런 기업들과 FTA이후나 스마트TV 환경에서 무한경쟁한다고 했을 때 킬러 콘텐츠 경쟁이 안된다"고 말했다.
서 상무는 "미국보다 더 긴장하게 만드는 나라는 문화가 비슷한 중국"이라면서 "중국은 최근 4개 기업에 4조5천억원을 투자해서 중국형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TV 환경에서는 롱테일, 니치 콘텐츠를 육성하는 게 중요한데, (이같은 규제로) 오히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PP, 지상파에 비해 역차별 받아
경원대 정인숙 교수는 "2008년 이후부터 지상파 및 지상파계열PP의 시청률 상위 고착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2010년 현재 시청률은 1위 SBS를 시작으로 KBS1, KBS2, MBC, MBC드라마, SBS 플러스, KBS 드라마, YTN, EBS, tvN의 순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같은 상황에서 지상파는 전체 매출액 총액의 33%(3조6천억원)를 넘지 못하게 하면서 KBS, MBC는 예외를 인정해 주는 반면, PP는 전체 매출액(약1조4천억)의 33%(4천620억원)을 넘지 못하게 해서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고 지상파 계열 PP와 매출액 불균형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온미디어를 인수한 CJ미디어의 2009년 매출액은 3천900억원인데, 규제때문에 4천620억원 이상 벌 수 없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인숙 교수는 "시장 상황 및 정책 목표에 맞게 규제수단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PP의 매출액 33% 제한을 폐지하고, 특정계열 PP에의 임대수를 전체 20%로 하는 규정을 폐지하며, MSP 사업자의 35% 채널 제한 규제도 없애는 등 규제영향 평가를 통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여대 임정수 교수도 "현행 PP관련 규제들이 규제백화점처럼 동시에 하고 있어 중복적이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면서 "규제는 항상 처음 목적과 다르게 가는 만큼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법 개정이 답...속도는 논란
방송콘텐츠를 살리기 위해서는 현행 방송법을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쏱아졌다.
고려대 김성철 교수는 "지상파 방송 중 공영방송을 떼내고 지상파의 송출구조를 바꿔서 전송을 빼고 지상파도 하나의 PP로 규제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의 수평규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최정일 교수는 "방송법 개정을 통해 부실한 방송사는 퇴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계명대 이상식 교수는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 플랫폼별로 땜질식으로 운영돼 왔는데, 이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방송통신사업법이 안되면) 방송법 만이라도 수평규제틀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CJ미디어 서장원 상무는 "지상파는 매스가 타깃이고 PP는 전문 장르 채널이어서 광고주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면서 "PP산업은 독점권도 라이센스도 없는 창의산업의 영역인 만큼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원대 정인숙 교수는 다른 토론자들과 달리 "아날로그시대의 법도 역사성을 전면 부인하기 어려운 만큼, 정책 변화의 속도는 점진적인 게 낫다"면서 "방송법 개정때 시청자의 권익보호 측면, 보편적 시청권 측면 하나만 확실하게 해도 구획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무재송신하는 채널을 뭘로 둘 것인가, 이를 통해 보편적 시청권을 어떻게 확보할 까를 보고 나머지는 동일 규제로 풀었으면 한다. 공영이냐, 민영이냐로 가면 오히려 구분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김국진 소장도 "방송법은 보편적 시청권을 중심으로 한 장치선에서 끝나고,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제도는 '방송사업법'에서 다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밝혀, 정 교수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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