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법에서 사라진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부활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 이용자 이익을 저해했다며 SK텔레콤, KT, LG U+에 총 20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들어 최대 규모다.
방통위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나 차별적으로 준 것 자체가 아니라, 차별의 정도가 합리적이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단말기를 살 때 27만원(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이익+가입자 1인당 평균 제조사 장려금에서 조성된 단말기 보조금) 이상 보조금을 주는 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통사가 번호이동으로 넘어온 고객에게 스마트폰 보조금으로 27만원 이상을 줬다면,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 중·장년층이나 농어촌 주민들과 심하게 차별한 것이니 규제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이번 과징금 부과로 인해 협상력이나 정보력이 약한 국민들에 대한 이통사의 보조금 차별 관행이 줄어들고, 보조금 과열 열기도 진정돼 요금 인하나 설비투자 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기대했다.
메뚜기족처럼 이통사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아도 번호이동·신규때와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SK텔레콤만 우대하는 삼성전자 등 제조업체의 판매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으니 이제 KT나 LG U+와 공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평등'이 가져다 주는 편안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찜찜한 구석을 지우기 어렵다.
부활된 방통위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누굴위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단말기의 경쟁력이 이동통신 회사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고, 보조금은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그런데 정부가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함으로써 최소한 '반시장적 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특히 위험해 보이는 것은 "통신회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을 안쓰면 요금이 인하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방통위는 이통3사가 연 8조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써서 요금인하 및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도 이동통신서비스 소비 가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잊은 건 아닌 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신 휴대폰으로 바꿀 때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것이나, 요금인하를 받는 것이나 모두 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보조금을 규제해 요금인하를 유도한다는 획일적인 규제방식만 밀고 있는 듯 보인다.
보조금은 27만원으로 묶이고 요금인하는 추가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제조업체의 판매장려금 규제에도 불구하고 단말기 출고가는 떨어지지 않아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되레 줄어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과거 정부나 현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한다고 발표할 때마다 이동통신업체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이번 규제가 편법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이 편치 않은 이유다. 보조금 금지 규정이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일몰됐음에도, 다른 조항(이용자 차별금지)을 이용해 보조금 규제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203억원이라는 초유의 과징금을 매기면서, 위법성 판단기준이 이통3사에 통보되기 전인 2009년 상반기를 표본으로 삼았다.
방통위는 이통사들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27만원)은 몰랐겠지만 이용자 차별 금지조항은 있었다며 문제없다는 시각이나, 규제의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의 신뢰성인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