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방송업체들이 애플 아이폰과 구글TV의 공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업구조 조정에 골몰하고 있다.
아이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뒤 흔들었듯이 조만간 구글TV가 출시되면, 국내 정보기술(IT) 및 미디어 생태계가 다시한번 크게 들썩일 것이기 때문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가 TU미디어의 위성DMB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CJ는 케이블TV업체(SO)인 CJ헬로비전이 통신 재판매 사업에 진출하면서 IPTV 사업권을 획득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다. 이 과정에서 CJ헬로비전은 세종텔레콤의 전화사업부 설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SO인 씨앤앰 인수도 검토중이다.
SK와 CJ의 고민은 인터넷 접속 및 애플리케이션 이용, 휴대폰과 태블릿 PC, TV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콘텐츠를 여러 단말장치로 이용할 수 있는 'N스크린'시대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해 보인다.
◆재허가 앞둔 위성DMB, 이른 시일안에 조정 불가피
SK가 TU미디어의 위성DMB를 국제전화(00700) 등 별정통신사업을 하는 SK텔링크에 넘기려는 것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위성DMB를 일단 탄탄한 비상장 회사에 넘겨 숨고르기 한 뒤, 사업을 축소해 나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의 방송법 직권 상정으로 태어난 위성DMB는 '손안의 TV'로 주목받으면서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도 불렸다. 하지만 5월 말 현재 유료가입자가 195만명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한 편이다. 2004년 설립이후 2006년 842억원, 2007년 749억원, 2008년에는 3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3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 연내에 영업익이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지상파 재송신 문제, 무료인 지상파DMB에 대한 심각한 경쟁 열위 문제로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 해 말로 예정된 재허가에 앞서 방통위 심사 일정에 맞추고 2016년 위성사용시한이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SK그룹 입장에선 사업 조정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SK 관계자는 "방통위의 사업 재허가가 올 해 연말인 점을 감안했을 때 6개월 전에는 관련 서류가 정리돼야 하는 만큼 이 일정을 고려해 SK텔링크의 위성DMB의 사업권 양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까 한다"면서 "TU미디어의 위성사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로호를 띄울 때 협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가 일단 SK텔링크에 위성DMB를 넘긴 뒤 중장기적으로는 갭필러 등 자산을 지상파DMB 진영에 넘길 가능성도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SK텔레콤의 'N스크린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위성DMB(비디오 9개, 오디오 16개)를 사실상 공짜로 보고 있는데, 이 부분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SK텔레콤은 26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자회사(SK텔링크)의 위성DMB 사업 양수 문제는 안건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측은 "자회사 인수합병과 관련해선 여러가지 안이 있고 텔링크와 TU미디어의 합병도 그 중 하나가 될 순 있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며 "이사회에서 인수합병 관련 안건은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온미디어 인수한 CJ, 전국 사업위해 설비인수 검토
CJ 역시 구글TV 공습과 한미FTA 비준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 개방에 대비해 방송·통신 분야 인수합병(M&A)에 관심이 많다.
CJ는 얼마전 CJ오쇼핑을 통해 온미디어를 인수했는데, 네트워크·플랫폼 분야로 영역 확장을 추진중이다. 지역별로 쪼개져 있는 케이블TV(SO) 사업권 외에 전국 사업권을 획득하고 원활한 인터넷(IP) 기반 사업을 위해 IPTV 사업권을 얻으려는 것이다. 또한 통신과 방송의 융합 현상을 고려해 통신 재판매(MVNO) 사업도 검토중이다.
이는 구글TV가 들어왔을 경우 현재의 지역사업권 기반의 방송중심 서비스 모델로는 힘이 부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CJ는 씨앤앰 인수 검토와 함께 당장 세종텔레콤의 전화사업 설비를 사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CJ헬로비전이 세종텔레콤의 전화 설비를 인수하고, 세종텔레콤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에 집중하는 모델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신규 와이브로사업(MNO)을 준비중인 한국모바일인터넷(KMI) 역시 세종텔레콤과 지분참여를 포함한 협력 문제를 논의중이어서 변수가 되고 있다.
CJ 한 임원은 "한미FTA 국회 비준이후 PP 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하려면 국내에서의 특수관계인 포함 PP 매출액 33% 규제와 특수관계자에 임대하는 채널의 수가 2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CJ는 최고의 콘텐츠 그룹이 되기 위해 온미디어를 인수했지만 이같은 규제 때문에 인수이후 계열 PP를 정리해야 하거나 채널 편성에 제약을 받는다면, 타임워너나 월트디즈니 같은 글로벌 미디어 그룹과의 경쟁에서 밀릴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구글TV가 내년 말경 국내에 들어오면 가입자 모집 기반의 케이블TV 사업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그 이전에 국내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J헬로비전측은 "최근 세종텔레콤에서 갑자기 먼저 찾아와 인수합병 건을 제안했고 실무진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세종텔레콤의 경우 수많은 인수합병 논의 중 하나의 옵션일 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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