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망중립성 공방이 갈수록 불을 뿜고 있다.
콤캐스트와의 법정 공방에서 패배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광대역 사업 중 전송 부문을 공중통신 서비스(common-carrier service)로 분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공화당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
광대역 부문이 정보 서비스에 포함될 경우 FCC는 제한적인 통제권만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FCC의 의도대로 공중통신 서비스로 분류할 경우 강력한 통제가 가능하게 된다.
◆대대적인 광고 캠페인도 전개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인 클리프 스턴스 의원은 11일(현지 시간) FCC가 광대역 사업을 공중통신 서비스로 분류하려면 사전에 자세한 비용 혜택 분석을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인터넷 투자, 혁신과 경쟁 보호 법(Internet Investment, Innovation and Competition Preservation Act)'로 명명된 이번 법안은 또 FCC가 광대역 부문을 통신 서비스로 분류하기 전에 시장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로 분류하기 위해선 광대역 시장의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의무를 FCC 측에 부과하겠다는 것.
스턴스 의원은 이 법안에 광대역 부문을 통신 서비스로 분류한 뒤에도 매 2년마다 시장 실패 상황을 점검할 것을 명문화했다.
이와 함께 스턴스 의원은 망중립성 규정이 통과될 경우 광대역 서비스 업체들 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및 웹 콘텐츠 제공업체들까지 적용 대상이 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스턴스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광대역 서비스를 통신 사업으로 분류하겠다는 것은) 인터넷을 규제하려는 게릴라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콤캐스트 건 이후로 공방 더 치열
망중립성이란 망사업자(ISP)들이 인터넷 콘텐츠를 차별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이 제정되면 ISP들의 콘텐츠 통제권이 사실상 힘을 잃게 된다.
최근 수 년 동안 미국 인터넷,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망중립성 공방은 지난 달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 콜롬비아 특별행정구 항소법원이 지난 달 FCC가 망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콤캐스트를 제재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판결한 것.
콤캐스트 건은 FCC가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제재를 가할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잣대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소송에서 법원이 콤캐스트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을 밀어부치려는 FCC의 행보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FCC는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달 초 위원장 명의로 '제3의 방법'을 내놨다. 광대역 접속 서비스 중 전송 부분만 통신 서비스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한 것. 이와 함께 통신법 중 광대역 접속 서비스에 부적합하거나, 필요 없는 규정들은 과감하게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스턴스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FCC의 이 같은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스턴스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미국의 번영을 위하여'(AFP)란 단체는 FCC의 광대역 서비스 규제 계획을 알리기 위해 140만 달러 규모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망중립성 도입을 찬성하는 단체들도 그냥 있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망중립성 도입을 지지하는 '언론자유(Free Press)'는 미디어 개혁에 관한 포럼을 하루 종일 개최했다.
또 FCC 측도 스턴스 의원과 AFP가 FCC의 계획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의회에서도 수년째 공방
FCC는 최근 수 년 동안 망중립성 원칙 도입을 위해 힘을 쏟아왔다. FCC는 지난 2006년에는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기 선택의 자유를 갖는다는 망중립성 관련 4대 원칙을 정했다. 또 작년 10월에는 기존 4원칙에 ▲정보차별 금지 ▲투명한 네트워크 관리 등 2가지 원칙을 추가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미국 의회는 FCC의 원칙을 토대로 망중립성을 법안으로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선 민주당 쪽이 망중립성 지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공화당 쪽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통신, 케이블 업계와 인터넷 업계도 뚜렷한 의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 자산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란 이유로 망중립성에 반대하는 반면 인터넷 업체들은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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