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경쟁사와 자신을 비교하던 11번가가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15일 SK텔레콤과 계열사 커머스플래닛에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경쟁사인 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 사업자에 대해 비방광고 및 과장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커머스플래닛은 SK텔레콤의 오픈마켓 11번가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법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7월 지하철 광고(사진1 참조)를 통해 ▲객관적으로 인정된 근거 없이 자사의 모든 상품가격이 지마켓이나 옥션보다 저렴한 것처럼 알리고 ▲경쟁사 기업 이미지를 해골에 비유해 열등한 것으로 깎아내리는 광고를 내보냈다.
공정위는 이 광고에 대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허위·과장·비방 광고라고 판단했다.
물론 비교광고는 분명히 정당한 마케팅 방식이다. 제품과 서비스의 드러내고 싶은 기능이나 장점을 직접적으로 대조하는 방식은 홍보 효과를 극명하게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비교광고와 비방광고는 다르다.
공정위 예규 52호(비교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에 따르면, 비방광고란 자기 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다른 사업자 상품에 대한 단점을 부각시켜 실제보다 현저하게 열등하거나 불리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비교광고다.
사실, 11번가는 오픈마켓 사업자로는 비교적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다.
우선 대기업(SK텔레콤)이 하는 오픈마켓 서비스임을 강조하며 체계적인 서비스 관리를 약속했다.
또한 옥션이나 G마켓 등 막강한 경쟁자들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가 글로벌 기업인 것을 감안해 토종 오픈마켓으로서의 자사 이미지를 강조하는 비교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11번가는 이처럼 어설픈 비교광고를 내보내다 대기업 계열사의 체면을 구기게 됐다.
오픈마켓만이 아닌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을 둘러본다면, 옥션과 지마켓이 11번가의 유일한 경쟁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유독 특정 업체만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서 11번가의 그릇 크기를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쇼핑몰간 비교광고라든가 하는 게 많이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11번가가 등장하면서 마케팅이 조금 공격적으로 바뀐 게 사실"이라며 "오픈마켓 경쟁 심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품과 서비스 질에 자신이 있으면 그걸로 정직하게 승부하면 된다.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광고 문구는 잠깐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직한 방법은 아니다. 오래가지 못한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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