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백혈병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 그 원인에 대해 재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 조수인 사장은 15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 사업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신뢰하지 않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및 산업안전보건공단 대신에 '제 3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장이 백혈병 원인을 제공했는 지에 대해) 역학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특히 "신뢰할 만하다면"이란 전제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유가족들이 원하는 기관도 (조사 주체)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및 시민단체의 의혹을 정면으로 맞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그러나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과 백혈병 간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사업장에는 유독 물질이 없으며, 방사선 노출 장치 등 시설 설비 면에서 백혈병과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말 백혈병으로 사망한 전 삼성 반도체 근로자 고 박지연 씨가 흐흡기 및 피부를 통해 유독물질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배기장치가 모두 돼 있고 안전 수칙에 따라 보호도구를 착용하게 돼 있다"고 피력했다.
관리 감독 소홀 문제에 대한 지적에 관해서는 삼성전자 환경안전팀장 한동훈 상무가 "아무리 감독하더라도 체크가 힘들 수 있다. 작업장이 워낙 넓다 보니 그점 동감한다. 화학물질 만큼은 최대한 교육하고 있다. 발견 못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한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기자를 대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두 곳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은 "이번 공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또한 한결같이 묵살당해온 사안"이라며 "그러나 이번 생산라인 공개는 반올림이 요구해왔던 ‘투명한 정보공개’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도저히 ‘의혹과 불신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소’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조수인 사장 등 임직원들과 일문일답
- 고 박지연 씨가 '솔더' 업무를 하는데 배기장치가 없다고 들었다. 오늘 공개되는 공정이 3년 전과 동일한 공정인지 궁금하다.
(조수인 사장)"화학물질 작업은 국소배기 장치가 설치된 곳에서만 하게 돼 있다."
-사망자 발생 후 3~4년이 지난 지금 왜 공장을 공개하는가.
"그간 조사를 계속 진행했고 우리는 침묵했다. 항간에 유포되는 이야기가 없어지지 않으리라는 걸 최근 깨달았다. 방치했다가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갇아 공개하게 됐다."
-'반올림'에서 납땜 시 연기가 올라온다고 주장한다.
"납땜하는 장소에도 국소배기 장치가 있다. 흰 연기가 나는 것은 송진가루가 타는 것이다."
◆"방치 했다간 해결책 없어 공개 결심했다"
-백혈병 산재 승인 여부를 두고 소송 중인데 공장 공개가 소송에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럴 의도는 없다. 행정소송에서 우리는 참고인 자격이다."
- 고 박지연 씨의 진술서를 보면 세척 과정에서 호흡기를 통해 유독물질을 들이마시게 됐다는 내용이 있는데.
(조수인 사장)"납땜시 관련 유해물질은 내가 사용한 적 있다. 반드시 보호장갑, 안전장비를 갖춰야만 작업이 가능하다. 우리는 1995년까지 썼다가 중단했다. 2002년 산업공단서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장치를 반드시 착용하고 작업하도록 돼 있다."
- 박지연 씨가 전에 천마스크와 면장갑만 썼다는데.
(조인수 상무)"안전보조기구를 착용하게 돼 있다. 내산성이기 때문에 다 보호된다. 기류가 위에서 아래로 흐르도록 설비해 두었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서는 위험 가능성이 없다."
- 규정이 그렇게 돼 있다 해도 회사에서 체크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조수인 사장)"직원이 규정을 위반하는지 감시하는 환경 전문 담당자가 있다. 그 일만 담당하는 직원이 있다."
- 시설 미비보다 규정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시, 환경안전 담당자의 규정 위반 사례가 한 번도 없다고 보기 힘들지 않나. 작업 환경도 기계 설비처럼 개선돼 왔을 텐데 3년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나.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무조건 개선하겠다"
(환경안전팀장 한동훈 상무)"아무리 감독하더라도 체크가 힘들 수 있다. 작업장이 워낙 넓다 보니 그점 동감한다. 화학물질 만큼은 최대한 교육하고 있다. 발견 못한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는 한 없다.
작업환경 측정을 케미컬(화학약품)은 오프라인에서 한다. 이상이 오늘 없더라도 내일은 이상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다 설치 안 됐지만, 15초 간격으로 이상유무를 알려주는 센서를 설치하려 하고 있다."
(조수인 사장)"이슈되는 설비를 따로 보관 중이다. 끝었는 숙제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무조건 개선해야 한다."
- 국감 시 논란이 됐던 서울대 평가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는지.
(조수인 사장)"이슈화 됐던 것이 벤젠 때문이다. 일부 그런 의혹이 있어 각종 단체를 활용해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의혹은 있을 수 있지 않나."
(한동훈 상무)"한국산업안전공단 조사에서 백혈병 관련해 삼성전자 사업장 발병율에 대해 남성은 평균 이하, 여성은 동등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 식각(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화학물질로 웨이퍼를 깎아내는 것) 과정에서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이 식각제로 사용되는데,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인다. 클린룸이에서 사용되는가.
(조인수 상무)"식각이든 뭐든 에틸렌글리콜은 사용하지 않는다. 불산, 과산화수소, 황산 등이 식각에 쓰인다. 대부분 접촉하면 화상을 입는 물질이다."
(한동훈 상무)"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산화에틸렌은 전혀 쓰지 않는다. 에틸렌글리콜은 생산라인 아래층 부대설비에서 냉매, 부동액 용도로 쓰고 있다."
- 일본에서 30년 전 미나마타병은 국가도 인정하지 않았던 병인데 2000년대야 돼서 인정받았다. 우려되는 부분을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 대처할 생각은.
(조수인 사장)"이번 행사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다고 보지 않는다. 오늘이 시작이다. 의혹을 계속 풀고 더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겠다."
◆"공신력 있다면 유가적 지정 기관 컨소시엄에 참여"
- 컨소시엄을 통해 재조사한다고 했는데 유가족들이 지정하는 기관을 받아들일 생각이 있는지.
(조수인 사장)"공신력이 있다면 받아들이겠다."
- 반도체 공장에서 암에 걸릴 위험이 전혀 없나?
(조수인 사장)"산업안전공단 조사결과에서 나왔듯이 낮다. 우리는 반도체 공장 내 암 발병율이 모집단 대비 낮게 나왔다는 데 관심있는 게 아니다. 소극적으로 발병과 무관하지 않느냐는 자세였는데 한 발 더 나가 위험이 뭔지, 더 개선할 것이 뭔지, 고민하겠다는 것이다."
- 인터락(방사선 보호장치) 해제에 대해서는.
(제조센터장 조인수 상무)"있을 수 없다. 해제한다고 해서 생산량이 늘 리가 없다. 해제하는 순간 꺼진다."
- LCD 공장에서도 암에 걸릴 위험이 있는지.
(조수인 사장)"잘 모르겠다. 어쨌든 삼성 전체적으로 개선할 점이 있다면 반영할 것이며 컨소시엄을 전문성 있는 학술단체와 연구기관을 추천받아 선정하겠다."
- 사망자가 젊은데 이전 피해자가 없었나. 이번에 삼성건강연구소를 설립한다는데 여태 없었던 것인가. 직간접적 책임을 통감하는 것인지.
(조수인 사장)"1998년 이전에는 질병 데이터 없다.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백혈병 간 관련이 없다고 본다. 지금 하고 있는 특수검진 등이 불충분하다고 보아서 건강연구소를 개설하겠다는 것이다."
- 22명이 사망했는데 삼성 정도 글로벌 기업이 산재 인정을 안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회사 복지차원에서라도 해 줄 수 없었나.
(조수인 사장)"사망자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산업재해는 회사가 아닌 근로복지공단에서 하는 것이다."
◆"동료 차원에서 적절한 위로 했다"
- 안다. 회사 차원서 직원복지를 통한 희생자에 대한 처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조수인 사장)"동료 차원에서 적절한 위로를 했다. 선의로 접근하더라도 다르게 오해되더라. 우리는 항상 오픈돼 있다."
- 유가족들은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이라고 안타까워한다. 연구소 설립도 좋지만 환경개선과 의견개진의 통로로 노조를 만드는 건 어떤가.
(조수인 사장)"노사협의회가 있다. 사원 불편 및 안전 등을 조언받고 개선하는 통로로 이용한다."
- 1~3라인에서 사고가 났는데 왜 5, S라인을 공개하나
(조수인 사장)"1~2라인은 제조가 아닌 검사 목적으로 쓴다. 문제시된 설비는 보존하고 있다."
기흥=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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