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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요금인하 '여론전' 점입가경


유리한 방식만 집중 홍보…경쟁사 흠집내기도

'KT는 와이파이, SK텔레콤은 초당과금, LG텔레콤은 눈치보기….'

이동통신 3사의 '통신요금 인하' 홍보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들에 유리한 방식만 홍보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사 흠집내기에 나서고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초당과금제 압박을 와이파이로 방어하려는 KT는 와이파이(무료인터넷)존 구축을 홍보하면서 경쟁사 데이터를 왜곡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SK텔레콤은 초당과금제에 올인한다는 비판을, LG텔레콤은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앞다퉈 통신비 절감 의지를 밝힌 마당에 기업들이 홍보에 나서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순 없다. 하지만 부정확한 데이터를 들이 대고 기존 합의를 뒤집거나, 눈치보기가 지나치다는 비판이다.

통신사들의 이런 행동은 불필요한 감정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한건주의식' 요금인하 공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지적이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하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자연스런 요금인하보다는 '당장 얼마를 내려주겠다'는 선심성 공약이 먹히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KT, 불공정한 비교 잣대로 논란

KT는 13일 '대한민국은 와이파이로 통한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아이폰 가입자들이 와이파이로 월 1만1천원의 요금을 절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쿡앤쇼존(와이파이존)을 연말까지 2만7천여 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쟁사(SK텔레콤)의 특정요금제와 비교한 표를 내보냈다. S사 올인원 35 이용시(무료 100MB 포함) 14만83원(342MB 과금)인 요금이 KT 쿡앤쇼존을 함께 이용할 경우 5천786원, KT 3G만 이용시 1만7천510원으로 더 싸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이 자료는 비교 잣대가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휘말렸다. 자신들은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고 경쟁사의 불리한 점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KT가 이날 내놓은 자료는 아이폰 고객이 연내 200만명이 달한다고 가정했을 때 와이파이로 인한 요금인하 효과를 추산한 것이다. KT는 이 자료에서 가장 많이 쓰는 i-라이트 요금제(월 4만5천원) 대신 가입자가 10%도 안 되는 i-슬림제(월 3만5천원)를 기준으로 월 1만1천724원의 요금할인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쓰는 i-라이트 요금제는 평균 데이터 이용률이 45%가 되지 않아 오히려 남는 데이터 통화료를 이월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경쟁사(SK텔레콤)의 요금제 비교에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S사 올인원 35(월 3만5천원) 이용시(무료 100MB 포함) 14만83원(342MB 과금)인 요금이 KT 쿡앤쇼존 함께 이용시 5천786원, KT 3G만 이용시 1만7천510원으로 더 싸다고 주장했는데, 현재 올인원35요금제의 평균 데이터 이용률은 63%밖에 되지 않는 등 442MB를 쓰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소수를 전체로 대변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에 대해 KT측은 "i-라이트가 가장 대중적인 요금제인 건 맞지만, 와이파이(무료인터넷)존 구축에 따른 요금할인 효과를 내면서 가장 싼 정액요금제(i-슬림 요금제)를 예로 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KT가 모든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는 '초당과금제' 도입은 뒷전으로 한 채 연초에 발표한 바 있는 와이파이존 구축 계획을 재탕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SKT '초당과금제'에만 올인…LGT는 '눈치보기'

SK텔레콤과 LG텔레콤 역시 최근의 통신요금 인하 공방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통신업계 최초로 '10초 18원'인 과금 단위를 '1초 1.8원'으로 바꿔 여론의 환영을 받고 있다. 초당 과금은 모든 가입자에게 혜택을 줄 뿐 아니라 통화건수는 많지만 통화시간은 길지 않은 택배, 영업직, 영세 자영업자 등 생계형 사용자에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초당과금제 시행이후 지난 3월 전체 가입자(2천450만명)의 월평균 통화량(MOU)은 10초 과금시 보다 9분(4.4%) 정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를 표준요금제(월 기본료 1만2천원)로 환산하면 1인당 월 983원, 연 1만1천796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와이파이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SK텔레콤이 KT가 와이파이 개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유선망이 부족한 입장에서 KT망에 프리라이딩 하려는 의도"라면서 "와이파이 개방을 말하기 전에 와이파이에 대한 투자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와이파이 여론전과 SK텔레콤의 초당과금제 홍보전 사이에서 LG텔레콤은 눈치만 보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까지 나서 초당과금제를 권유하는 가운데, 초당과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 시기는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LG텔레콤은 지난 연말 LG데이콤, LG파워콤과의 합병때 방통위에 6~7월 내에 초당과금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는 시기를 못박지 않은 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부는 올 해부터 마케팅비 22%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남는 1조원의 여력으로 통신3사가 연구개발(R&D)투자와 통신비 인하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면서 "그러나 통신회사들은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마타도어까지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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