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와 체육계를 중심으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복권 요청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이 '이건희 사면'을 직접 거론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 사무총장은 11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2022년 월드컵이나 올림픽 관련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 전 회장의 역량이나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선처를 베풀어도 국익에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전 회장의 사면복권 필요성을 거론했다.
그는 "이 전 회장이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해 온 공로는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모자라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에 대한 책임도 또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떤 사안에 대해서 처벌받고 난 후 이런 논리로 바로 (사면이)된다면 '과연 법 적용의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지적도 가볍게 봐선 안된다"고 말했다. 여론을 의식한 조심스런 태도다.
이 전 회장의 사면론에 대해 야당은 부정적 입장이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이 전 회장이 IOC위원으로 활동하지 못해서 스포츠 외교에 장애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법적 문제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 한 명에만 면죄부를 줄 경우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당 송두영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장 사무총장은 국익을 장 총장 개인의 이익 또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의 이익과 혼돈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체육계의 추기경'으로 불리는 IOC 위원은 업적도 중요하지만 과오도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 부대변인은 "이 전 회장에게는 본인 스스로 충분히 자숙할 만한 시간을 주고 난 후 참회의 심정으로 경제계 및 스포츠 외교활동을 기대해도 늦지 않다"며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결정을 한다면 이 전 회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지난 8일 아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이 전 회장의 사면복권론과 관련, "체육계의 필요성을 내세워 국제적으로 국가위신을 실추시킨 사람들을 억지로 IOC위원을 맡기기 위해 사면복권을 들고 나온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노 대표는 "IOC 위원으로 국제 체육계 활동을 하는 사람들 중에 국내에서 이런 잘못된 범죄행위로 인해 처벌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며 "이것이야 말로 국가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재계와 체육계에 이어 여당에서도 이 전 회장의 사면론을 제기하면서 실제 이 대통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4대강·세종시 문제를 비롯한 내년도 예산처리 등 이슈들이 산적한 가운에 이 전 회장의 특별사면 단행은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등장, 가뜩이나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정부여당에 부담감을 안길 수 있다.
더욱이 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생계형 범죄를 제외한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 엄정한 잣대를 들이겠다고 천명한 터라 이 전 회장의 사면복권 문제는 이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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