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010 번호통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옛 정보통신부 시절, '010 번호통합'의 정책 목표였던 번호자원 부족과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경쟁촉진)가 더이상 설득력을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시 정통부는 '017-281-XXXX'가 '010-281X-XXXX이 되면 쓸 수 있는 번호가 늘어난다고 강조해 왔다. 통일에 대비했을 때 10자리 번호로는 부족하니, 11자리 번호로 해서 9천900만 개까지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010 가입자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77%가 넘어선 상황에서, 기존 식별번호와 혼용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통일' 문제는 화두가 되지 않는다.
번호의 브랜드화 방지도 마찬가지다. '스피드 011'이라는 브랜드를 특정사업자(SK텔레콤)가 독점해 011 때문에 다른 회사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상황은 '번호이동성 제도' 로 개선됐다. '011'을 써도 KT나 LG텔레콤 고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010 번호통합' 정책의 실효성이 없어진 지금, 번호통합에 미련을 둘 이유가 있을 까.
정부 정책때문에 바꾸고 싶지 않았지만 번호를 '010'으로 바꾼 사람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꾼 사람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010으로 강제통합하자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010 번호통합' 정책과 '3G 가입시 010번호 전환 의무화'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정책이다. 번호의 브랜드화를 막으려 했다면, '번호이동성 제도'로 충분한 것이다.
소비자 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첫 단추가 잘 못 끼워진 정책을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처음부터 나쁜 정책이어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줬다면,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미련'에서 벗어나, 속히 바꾸는 게 공공정책이 갈 길이란 얘기다. 번호정책은 사업자의 번호독점은 제한하되, 소비자의 번호는 유지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시점도 최대한 앞당겨지길 바란다.
아이폰을 비롯 T옴니아2, 쇼옴니아 같은 질 좋은 스마트폰들이 쏱아지는 요즘, 쓰던 번호를 계속 사용하고 싶다는 이유로 3세대(G)로 가지 못하는 상황은 말도 안된다. '010 번호 강제통합' 뿐 아니라 '3G 가입시 010번호 전환 의무화'도 폐기돼야 하는 것이다.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여 주인공은 이름을 바꾸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디지털로 소통하는 우리에게 이동전화 번호는 현실 세계의 '이름'과 다르지 않다. 바꾸고 싶을 때 바꿀 수 있어야 하고, 바꾸기 싫다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용자 중심'이란 정책 철학을 새롭게 되새기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현명한 정책 결단을 촉구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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