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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구글과 등진 머독, 정말 괜찮을까?


루퍼트 머독.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내내 함께한 이름입니다.

제가 공부를 열심히 안한 탓인지 지금까지 남아있는 신문방송학 지식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루퍼트 머독이란 이름만큼은 강하게 각인돼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너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죠.

뉴스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는 루퍼트 머독 회장은 오랜 시간 전세계 언론계에서 '미디어 거물'로 불렸습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이라는 이름이 생소하신가요? 그럼 월스트리트저널, 더타임스, 폭스뉴스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저명한 언론사들을 비롯한 30~40여 글로벌 언론사들이 뉴스코퍼레이션의 울타리 안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또 20여 케이블 채널 및 영화사 20세기폭스,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SNS) 마이스페이스, 동영상 사이트 훌루 등 인터넷 사이트들도 머독의 사업체들이니 미디어 거물이라 불려 마땅합니다.

이처럼 전세계 미디어계를 좌우해온 그에게 무서운건 없었겠죠. 하지만 웹 2.0 시대가 머독의 철옹성에 정면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열린 공간에서는 매체의 이름은 큰 힘을 쓰지 못합니다. 우리 네티즌들도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볼 때 조선일보 기사인지, 아이뉴스24 기사인지 따지기 보다는 끌리는 제목과 내용 위주로 소비할 뉴스를 선택하지 않습니까.

결국 미디어 시장의 주도권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국내에선 단연 '포털'이 중심 역할을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포털이 메인화면에 기사를 걸어주는지 여부에 따라 언론사 사이트의 접속량이 좌우되기 때문이지요.

그럼 미국에선 어떨까요? 현재까지는 대표적인 검색 업체인 구글이 뉴스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구글에 걸리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머독 회장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들에겐 이런 현상이 그다지 달갑지 않을 겁니다. 포털이나 검색업체들에게 뉴스 공급 주도권과 언론으로서의 영향력을 빼앗겨야하니까요. 해외 언론계에서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가 바로 구글입니다.

그래서 머독 회장은 구글을 '기생충'이라고 비난합니다. 뉴스코퍼레이션의 기사를 대가 없이 가져다가 구글 뉴스 사이트에서 제공해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비난의 근거입니다.

결국 머독 회장은 구글에 자사 기사 검색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했고, 구글의 경쟁 검색엔진인 마이크로소프트 '빙'과 손을 잡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답니다. 구글과는 제대로 등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죠.

또 그는 자사 언론사 웹 사이트 기사들의 전면 유료화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 영양가 없는 무료 기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가치 있는 기사를 제공해 정당한 대가를 받겠다는 겁니다. 소신있습니다. 거물다운 카리스마가 돋보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래도 괜찮을까요?

구글을 통한 무료 공급을 차단하고 유료 기사를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것. 단지 '가격 경쟁력' 문제만이 아닙니다. 그의 소신이 과연 웹 2.0시대에 걸맞은 대응인가하는 것이죠.

언론사들이 구글을 통해 얻는 게 노출 빈도 뿐 만이 아닙니다. 억울해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게, 기성 언론들은 구글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취약점인 웹 2.0 특유의 양방향성과 집단지성의 힘을 이식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최근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일종의 시민기자 기능인 '유튜브 다이렉트'를 발표했습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언론사들은 자사 웹 사이트에 시민들이 유튜브에 올린 영상 보도물을 자사 웹사이트에서 뉴스로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개인블로그와 트위터의 요즘 위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집단지성의 목소리가 '뉴스'로서 가치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유튜브 다이렉트는 이러한 시민 저널리즘을 기성언론들에게 수혈해 준다는 면에서 의미있죠.

또 구글은 다양한 언론계와의 상생모델을 마련하며 자칫 구글과 협력하지 않으면 소외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과는 등지고, 기사는 유료화를 추진한다는 건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머독 회장에게 양질의 기사를 판매한다는 전통적인 마인드는 있지만 웹 2.0 시대와 조화를 이루려는 마인드는 찾지 못했습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신있는 프리미엄 전략도 좋지만 소셜미디어들과의 연계라든가 집단지성 수혈같은 대책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랜 시간 미디어계를 호령했던 머독의 유료화 전략, 그리고 구글과의 전쟁이 웹 2.0 의 출현에 저물어가는 '올드미디어 제국'의 마지막 승부수라고 보는 건 좀 지나칠까요.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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