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토종 소프트웨어(SW) 업체인 티맥스소프트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향후 사업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만성 적자의 주 원인이던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정리하고, 미들웨어인 웹애플리케이션(WAS) 등 핵심제품군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체질개선에 나서겠다는 것.
하지만 대대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한다 하더라도 티맥스소프트가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또 이 과정에서 무리한 몸집줄이기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맥스소프트는 SI 사업을 위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AP), 프레임워크(FW), 전사적아키텍처(EA)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특히 대표적인 SI 사업중 하나인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부서는 전체 직원의 절반 가량이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됐다. FW, EA 사업본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ERP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과 제품군은 정리한다는 것.
◆AP사업부 주축으로 전사 구조조정 단행
SI 사업을 축소한다는 계획은 지난 5월 창업주인 박대연 회장이 티맥스의 매각설 해명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박회장은 당시 "SI 사업성 프로젝트가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며 "기존 SI업무 담당 직원들을 별도 교육을 통해 재배치하고, SI 사업은 없애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맥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구조조정이 SI성 사업본부만 아니라 관계사인 티맥스데이타, 티맥스코어 등 전사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단행되고 있다.
실제 현재 티맥스소프트 연구개발(R&D) 인력 뿐만 아니라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티맥스코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주력으로 하는 티맥스데이터까지 구조조정이 확산되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은 "자연감소분을 반영한 전체 인원 1천800여명중 구조조정 대상은 10% 내외로 200여명에 해당한다"며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이 회사 직원들이 주축이 돼 개설된 포털 다음의 카페 관계자에 따르면 AP, FW 사업본부 등을 포함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인원은 회사 측이 밝힌 숫자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된 AP사업본부 관계자는 "10월 월급이 체불된 상황에서 외부 프로젝트를 나갔는데, 회사로부터 돌연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됐다는 말을 들었다"며 "권고사직 대상이 몇명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명을 크게 웃도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토로했다.
◆벤처 신화 티맥스소프트 흔들?
당초 SI사업 철회만을 목표로 했던 티맥스가 전사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데에는 몇년간 지속된 경영적자와 성장동력의 부재, 지나친 인력 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3년간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 지난 해에는 국산 SW업체의 꿈이기도 한 연매출 1천억원 고지를 점령했다. 하지만 눈부신 외형과는 달리 내실은 부실했다.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 371억6천850만원에 영업손실 223억8천833만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의 기대 이하의 영업 실적, 차기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PC용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의 연이은 출시 연기 등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나친 인력채용 역시 조직이 비대해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관련업계는 이번 구조조정이 단순한 체질 개선 차원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회사 측이 티맥스소프트의 핵심 인력을 관계사인 티맥스코어와 티맥스데이타에 전진 배치하면서 티맥스소프트 조직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
이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대형 IT서비스 업체로의 티맥스소프트 인수합병설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될 경우 벤처 신화이자 국산 최대 SW업체로서 나스닥 상장까지 목표로 했던 초기 로드맵하고는 상당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티맥스소프트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감행한다 하더라도, 차기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PC용 OS '티맥스 윈도'의 상용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회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 미국 등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해외 사업의 성과 역시 미비한 상황이라 돌파구 마련도 쉽지 않다는 것.
SW업계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생존을 위한 티맥스의 제 살 깎기는 일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뼈를 깎는 것에는 전략과 목표가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라 회사 측이 내부 구성원에게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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