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특별법' 수정안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미디어법 처리 당시에도 박 전 대표의 선택이 60여명의 친朴계 뿐 아니라 정치권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점을 감안했을 때 '세종시 수정안'의 캐스팅보트는 박 전 대표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는 '원안 고수'의 입장을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충청도민에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한 약속"이라면서 '세종시 원안 추진'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을 나타낸 뒤 지난 9월에는 "제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며 재확인까지 해줬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충청도민이 수용한다면 '수정'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정부 측이 충청도민들이 수용할 만한 세종시 대안을 내놓는다면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수도권 친박계 의원은 "만약 정부가 충청도 주민들이 좋아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제 충청도민이 그 대안을 선호한다면 설득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도 이날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만고불변이란 없다"며 "세종시 문제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약속의 주체이므로 직접 나서 경위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고수하는 입장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은 국민과 약속인 만큼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것이 박 전 대표의 뜻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당론으로 세종시 수정안을 논의하겠다고 한다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수정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이제 와서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원칙에도 어긋나고 민심에도 좋지 않다"며 "박 전 대표의 입장도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고 다시 확인할 필요도 느끼지 못해 물어보진 않았다"고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친李계 측에서는 수정안과 관련해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친이계 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안이 원안대로 갈 지, 보완 쪽으로 갈 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박계와 논의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아직 박 전 대표 측의 의중을 확인해 본 바는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 9월16일 박 전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에서 세종시 관련 입장이 오고 갔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자리에 없어서 확실치는 않지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일단 정부가 내놓을 복안을 지켜본 뒤 당 내부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과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나타내야 한다면서 '이박제이(以朴制李-박 전 대표를 이용해 이명박 대통령을 제어하는)' 전술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05년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이 행복도시에 대해 합의할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박근혜 의원"이라며 "이 법을 박 전 대표는 직접 본회의장에서 찬성 투표했다. 이제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과 선진당 등 야당은 정부여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면서, 원안 추진을 위한 대여 공동연대 전선을 구축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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