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 분향소에는 여전히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민분향소는 경찰이 30일 새벽, 시청앞 도로에 나와 밤샘 추모행사를 치르던 시민들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천막 등을 모두 훼손, 참혹한 모습이다.
현재 이 곳에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천막과 고인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 등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있다.
시민분향소 운영진은 '군홧발에 짓밟힌 분향소 현장 보존'이라고 적힌 푯말을 세우고 훼손된 천막 등은 그대로 둔 채 옆 자리에 영정사진과 제단 등만 추스려 추모객을 맞고 있다.
두 갈래로 늘어서 분향 순서를 기다리는 300여 명의 시민들은 저마다 훼손된 분향소를 바라보며 경찰의 과잉 대응을 비난했다.
김지만(44)씨는 "장례절차가 마무리된지 하루도 안돼 영정 사진을 이렇게 짓밟을 수 있는가"라며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박수현(38)씨도 "뒤늦게나마 아이와 함께 분향하러 나왔는데 이게 무슨일이냐. 그래도 전 대통령인데 영정 사진을 경찰이 짓밟을 수 있느냐"면서 "아이에게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에는 노동·사회·대학생 단체들의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경찰은 이 집회를 불허하고, 서울광장을 전경버스 32대로 또 다시 봉쇄했다.
이승호기자 jayoo2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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