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에서 '0:5'이라는 최악의 스코어로 참패함에 따라 내부가 한바탕 거세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수도권 민심을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인천 부평을에서 민주당 홍영표 후보에 패했고, '텃밭' 격인 경주에서도 친박계 무소속에 패했다. 또한 울산 북구, 호남 2곳에서도 자리를 내줬다.
비록 '미니 선거'이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냉혹한 심판으로 결론 난 만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재보선에서 한 곳도 건지지 못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 뿐 아니라 당내 권력지형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당장 재보선을 총지휘한 박희태 대표의 리더쉽은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재보선이 박 대표의 '원외 대표'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0:5'라는 성적에 따른 책임론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대표의 4월 재보선 불출마는 장고 끝 결정이었다. 박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천명했다. 물론 박 전 대표의 불출마는 유리한 지역구 부재라는 현실론도 작용했지만 자신의 불출마로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 의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한 곳도 건지지 못함에 따라 박 전 대표는 10월 재보선 출마의 명분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퇴진론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재보선 참패로 인해 당내 혼란이 예상되는 데다 당 지도부 퇴진론까지 겹칠 경우 향후 정국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선거에 앞서 한 라디오에 출연, "선거에 진다면 당연히 지도부는 그 문제를 심각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누군가는 재보선의 참패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
재보선 참패는 또 다시 당내 계파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경북 경주는 친이측 정종복 후보와 친박측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계파 대리전으로 이번 선거를 치렀다.
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당의 요청에도 선거 지원을 거부했다. 정치권은 이를 정수성 후보에 대한 암묵적인 지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주에서 자당 후보가 패배한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정수성 후보의 입당 문제다. 정 후보는 '당선 뒤 입당'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당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하고 있어, '친이-친박'간 갈등이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보선 결과는 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정종복 후보의 패배로 인해 이상득 의원의 당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친이계 내부의 중심축 이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상득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로부터 "정치의 수치"라는 일격과 '박연차 리스트' 관련 의혹으로 상처를 받은 데다 정종복 후보가 낙선함에 따른 정치적 상처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의원이 당분간 정치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친이계 대안론 즉 '이재오 역할론'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부터 입법전쟁이 시작되면서 친이계 진영에서는 '이재오 역할론'을 제기해 왔다. 이러한 와중에 재보선 참패가 이재오 전 의원의 정계복귀 수순을 당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당장 5월경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과 당협위원장 교체 등을 놓고 '친이-친박'간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상득 의원의 정치적 후퇴로 인해 친이계 입장에선 전열을 정비하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는 사실상 친박계와 일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한나라당은 점차 내홍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민철 기자 mc0716@inews24.com ·사진 김정희 기자 neptune0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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