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막판 승기를 다지기 위해 당 지도부 전체가 나서서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좀처럼 표심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 중 전주 덕진만 정동영 후보가 독주하면서 당선권에 근접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덕진을 제외한 나머지 4곳은 후보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박빙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쉽사리 표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은 정치 불신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보선 현장 취재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유권자들은 대부분 "누구를 뽑아도 다 똑같다"며 냉소를 보내고 있다. 때문에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20%대로 저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재보선도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뼈있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4월 재보선은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방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재보선의 승패에 따라 각 정당은 책임론이 이면서 당내 권력구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치권 내부 권력다툼의 '촉매'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4.29 재보선은 유권자보다 정치권의 관심이 훨씬 큰 것도 사실이다.
◆인천 부평을, 최고의 관심지역…정국 주도권의 저울추
5곳의 국회의원 재선 지역 중 여야 대결전선이 분명한 인천 부평을의 결과는 향후 정국 구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여야는 각기 '경제살리기',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지난 대선과 총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영남에 이은 최대 지지기반인 수도권에서 맞붙은 여야 대결은 그것만으로도 상징성이 높다.
물론 저조한 투표율이 예상되면서 조직표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여 지역 대표성에는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에 따라 이번 재보선의 성격이 '경제살리기냐', '정권심판론이냐' 중에 하나로 결론이 나게 된다.
한나라당이 승리할 경우 정국 주도권은 한나라당으로 쏠리게 된다. 또한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온 쟁점법안 처리에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현 정부는 국정운영 드라이브를 이어갈 수 있다.
반면 민주당 승리로 귀결될 경우 '정권심판론'에 힘이 실리면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처리는 동력이 떨어질 수 있게 된다.
또 인천 부평을에서 패배한 정당은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부평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대당'으로 정면 맞대결하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나라와 민주 모두 '다른 곳은 잃어도 부평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패배한 측은 박희태 대표든 정세균 대표든 책임론을 촉발시키고, 나아가 전당대회 조기 개최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의 역학구도에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경주 '박근혜-이상득' 대리전…당내 역학구도 변화 예고
국회의원 재선 지역 중 '여-여' 대결 양상을 보이며 일찍부터 관심을 집중시킨 경북 경주 재선의 결과는 한나라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낸 무소속 정수성 후보가 '친이-친박' 대리전으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보선을 하루 앞두고 있지만 정종복-정수성 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 의원과 박 전 대표는 경주와 멀찍이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이 의원이나 박 전 대표가 '개입'하는 모양새를 취할 경우 선거 결과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까지 '박연차 리스트'로 인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데다 박 전 대표로부터 '정치의 수치'라는 일격까지 당했다. 하지만 정종복 후보가 당선될 경우 상처는 일순간 치유될 수 있다. 또 정치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이 의원으로선 정 후보를 정면에 내세우면서 당내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 박근혜-이재오 틈바구니 속에서 세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
반대로 정수성 후보가 당선이 될 경우 '박근혜 바람'은 다시 한번 그 위력을 과시하게 된다. 박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굳건해진다. 이 경우 이상득 의원은 '복합 골절'이 생긴 셈이 돼 당분간 정치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로 인해 친이계의 구심정은 흐트러지면서 친이계 내부에선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론'이 재차 부상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박근혜-이재오'가 최정점에 서는 역학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주, '정동영 무소속 연대'…돌풍이냐, 미풍이냐
'야-야' 대결을 펼치고 있는 전주 덕진과 완산갑은 '정동영-신건' 무소속 연대의 파과력이 어느 정도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이미 덕진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민주당 김근식 후보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어, 사실상 당선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다.
완산갑은 무소속 신건 후보가 '정동영 바람'을 타고 민주당 이광철 후보와 경합을 펼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 후보는 이 후보를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정 후보와 신건 후보는 27일 전주객사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민-정동영-신건' 3자 연합은 반드시 승리해 복당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동영과 신건이 있는 민주당과 없는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다른 당이 될 것"이라며 "통합과 포용의 정당이냐, 분열과 폐쇄의 정당이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후보가 현재로선 당선 가시권에 들어있지만 얼마 만큼의 득표차로 승리할지가 관심거리다. 득표차가 정 후보의 무소속 출마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가 예상보다 근소한 득표차를 보일 경우 정 후보의 무소속 출마 정당성이 약화되고 복당의 명분도 약화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정 후보와 연대한 완산갑의 신건 후보에 대한 재산 축소신고 의혹이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투표율'이 승패의 관건…한나라, 호남 두자릿수 지지율 돌파 여부 '주목'
전주 덕진을 제외한 4곳의 국회의원 재선거 지역에서 득표율이 또 다른 관심거리다. 득표율이 당락을 판가름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대 재보선의 투표율은 저조했다. 때문에 각 후보 진영에서 조직표를 얼마나 모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려왔다. 이로 인해 낮은 투표율은 조직력이 탄탄한 한나라당에 유리하다. 반면 예상 외로 투표율이 높을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투표율이란 변수만 놓고 보면, 인천 부평을과 경북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의 판세는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재보선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을 전개 중이다. 일단 중앙선관위와 각 지역 선관위는 TV, 신문 광고와 홍보 캠페인을 기본으로 지역별로 각종 맞춤형 홍보전략을 짜내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 방문 홍보단을 구성, '맨투맨' 접촉에 집중하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지만 성과 여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거둘 득표율도 관심 사항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 시절부터 '호남 구애'에 나섰지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10%를 돌파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이 정 전 장관의 탈당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 각종 악재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호남권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하락한다는 것이 곧바로 한나라당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두자릿수 득표율 달성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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