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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재보선 결과보다 '뒷일'에 더 관심


'이상득-박근혜-이재오' 구도 재편될 듯…이재오 급부상?

4.29 재보선이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은 선거 결과보다는 이후의 당내 변화에 관심이 쏠려있는 듯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4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 당내 역할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에선 박희태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박근혜 전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등 이른바 여권내 실세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5곳의 지역 중 인천 부평, 경북 경주, 울산 북구는 여권내 실세들의 위상을 높여줄 지 아니면 나락으로 끌어내릴지 정치적 거취를 결정지을 도깨비 방망이 같은 곳이어서, 각기 다른 셈법으로 재보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박희태, 인천 부평을 사수하라!

그간 원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박희태 대표에겐 4월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 거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의 경우 여당 대표로서 재보선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상황. 당초 4월 재보선 출마를 고민 중에 인천 부평을 고려했지만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이번 재보선에 임하는 박 대표의 다짐은 남다르다.

물론 일부 영남지역이 10월 재보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고, 박 대표가 출마를 하게 되면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이번 4월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출마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재보선 지역 중 유일한 수도권이자 여야간 최대 격전지인 인천 부평을 승패가 박 대표의 정치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압승을 안겨준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패할 경우 민주당 등 야당의 '이명박 정권 중간평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상징적인 곳이다. 나아가 집권 2년차인 이명박 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대표가 공식 선거가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부평 유세전에 뛰어드는 등 올인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부평을 패배는 자연히 지도부 즉, 박 대표에 대한 책임론을 낳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해 원외인 박 대표의 리더쉽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고, 조기전당대회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4월 재보선의 책임을 물게 됨에 따라 10월 재보선 출마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대로 부평을에서 승리 할 경우 박 대표는 '실세 대표'로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할 수 있고, 10월 재보선의 출마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울산 북구, 정몽준 대권가도 '힘실리나?'

한나라당내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정몽준 최고위원도 재보선에 올인하고 있다. 4월 재보선 결과가 정 최고위원의 대권가도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4월 재보선은 그에겐 매우 중요한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은 울산 북구의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위상의 변화가 예상된다.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 최고위원이 지닌 대중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이 재평가되고, 한단계 더 도약할 기회를 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최고위원은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후 울산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표몰이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그는 거의 매일 울산을 찾아 표밭을 누비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지난 대선 직전 무소속 생황을 접고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6선이란 다선 의원이지만 정 최고위원은 당내 세력이 거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울산 북구의 승리는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외연 확대와 영향력 증대, 기여도 제고를 노릴 수 있다.

또한 울산 북구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낸다면 친이 쪽 대표주자로 부각될 가능성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울산 북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낙선한다면 정 최고위원에 대한 당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뚜렷한 '정치적 한계'를 노출하면서 잠재적 대권후보군에서도 멀어질 수 있다.

◆경북 경주, '이상득-박근혜' 대결정…주류 중심축 이동할 듯

경북 경주는 이상득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대결지역인 만큼 결과에 따라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 의원의 측근인 정종복 후보와 지난 대선과정에서 안보특보를 맡았던 정수성 후보간 '친이-친박' 대결로 고착화되면서 사실상 '이상득-박근혜' 맞대결로 분명한 전선이 그어져 있다.

지난 총선에 이어 한나라당 내 헤게모니 싸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북 경주 재선거다. 이번 선거를 통해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공통된 관측이어서, 세간의 이목이 경주로 주목되고 있는 이유다.

조직 면에서 우세한 정종복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내 친박 세력과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정 후보와 이방호 전 사무총장은 공천 파문으로 주역으로 꼽히고 있어, 친박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정종복 후보가 승리할 경우 계파갈등이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물밑에서 지원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만큼 친박계에선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재보선 유세 요청을 거부하고 있던 박 전 대표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등 일정 부분 친박계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반면 이 의원은 정치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이 의원으로서는 정 후보의 당선으로 '박근혜-이재오' 틈바구니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뿐더러, '이상득-박근혜-이재오' 3각구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수성 후보가 당선된다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정권 최고 실세인 이상득 의원까지 지원에 나선 선거에서 패할 경우 주류 측의 입지 약화는 불가피하다. '박연차 게이트'로 민주당을 궁지로 몰아놓은 상황에서 정국 주도권을 다시 내줘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또한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미디어법 등 야당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개혁법안에 대한 추진력도 상실하게 된다. 재선거 패배의 여파는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정수성 당선 후 '이재오 급부상' 가능성 점쳐져

정수성 후보가 당선될 경우 문제는 '박근혜-이재오' 전면전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종복 후보의 패배로 인해 이상득 의원의 당내 입지는 급격히 축소될 수밖에 없다. 또 친박내부의 결집력은 한층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 친이계 진영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주 재선거의 패배로 이 의원의 영향력 축소와 친이계가 혼란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상대적으로 이재오 전 의원의 '역할론'이 급속히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간 친이계의 구심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재오 역할론'이 제기돼 왔다.

물론 친이재오계 진영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의원이 꺾이면서 친이계 전반의 힘의 균형이 이 전 의원으로 옮겨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마련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이 전 의원은 정치인들과 만남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여의도와 철저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실제 박희태 대표와 인사차 조찬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언론에 공개되자 급거 약속을 취소하는 등 안갯속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간 친이계 중심축 역할을 해온 이 의원이 '박연차 게이트' 에 이어 '정치의 수치'라는 박 전 대표의 일격, 게다가 경주 재선을 통한 측근 여의도 입성 실패 등으로 이 의원의 당내 영향력이 축소되는 만큼 친이계 대안론으로 이 전 의원의 역할론이 재차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친이재오계 인사들이 '이재오 역할론'을 제기해왔던 터에 '박연차 리스트'와 '재보선' 등 각종 현안과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얻고 있는 이 전 의원의 정치 복귀는 자연스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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