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들이 휘청거리는 통에 무소속 열풍'
4.29 재보궐 선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는 이번 재보궐 선거를 '경제 살리기 재보선', 'MB 정권 심판과 거여 견제론'을 내세우겠다고 했지만, 이미 흐름은 이를 멀리 벗어나고 있다.
대신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집안 전쟁'을 벌이면서 반사적으로 '무소속 열풍'이 일어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력과 경륜에서 만만치 않은 무소속 후보들이 연이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 18대 총선에 이어 또 한번 무소속 후보들이 대거 당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단 이번 4.29 재보궐 선거에서 가장 무소속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전주 덕진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결국 정동영 공천 불가를 정하면서 정 전 통일부 장관의 무소속 출마가 확실시된다.
현재 민주당이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공천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이 지역 선거 구도는 '민주당 대 정동영'의 구도로 짜여지고 있다.
정 전 장관은 10일 민주당이 당무위원회를 통해 덕진 지역의 공천 후보를 결정하면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적으로 선거 운동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역 민심은 '그래도 정동영'으로 압축되고 있어 당선 확률도 높다. 여론조사 결과도 전국적으로는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지만, 호남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정 전 장관의 무소속 출마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의 공천 배제로 인해 무소속 출마가 어쩔 수 없었다는 '불가피론'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 완산도 민주당이 11일 김광삼, 김대곤, 이광철, 한광옥 후보 중 경선을 통해 공천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친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등이 경선을 거부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현재로서는 인지도나 조직력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근처 전주 덕진에서부터 정 전 장관 공천 배제에 대한 역풍이 불어온다면 승부는 장담할 수 없다.
◆한나라당 텃밭 영남도 '여 대 여' 분열 속 무소속 당선 가능성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주 지역에서는 친이 대 친박의 싸움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이 이상득 의원의 최측근인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한 가운데 친박 측 후보인 정수성 후보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다. 최근 무소속 정 후보가 이상득 의원 측으로부터 사퇴종용을 받았다고 폭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두 정 후보가 박빙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속내를 잘 내보이지 않는 경주 시민들의 성향 상 정확한 판세 분석을 하기 어렵다.
선거 상황이 친박 대 친이계의 갈등으로 치닫는다면 박근혜 전 대표에 호의적인 이 지역 정서상 정수성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고 지역 발전이 주요 이슈가 된다면 여당 프리미엄을 업은 정종복 후보의 선전이 예상된다.
울산 북구 역시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현대 자동차 협력사가 밀집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은 지역정서상 진보신당 조승수 전 의원과 민주노동당 김창현 예비후보의 후보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경선 방식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경선 방식에 대해서는 합의했지만 울산 선관위가 단일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투표를 선거위반이라고 판정해 후보단일화까지는 상당한 걸림돌이 남아 있다.
한나라당 역시 혼전세다. 한나라당은 박대동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전략 공천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여당 성향 후보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상당한 위력을 보였던 김수헌 한나라당 전 울산시당부위원장과 친박 무소속을 표방한 이광우 전 한나라당 중앙위원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여당 텃밭인 울산 지역에서도 여당 진영이 분열돼 있다.
◆여야 올인 인천 부평, 여도 야도 갈라져 승부 미궁 속
유일한 수도권 지역으로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인천 부평 역시 여권과 야권이 분열돼 판세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이뤄낸 김성곤 한신대 교수가 승리해 반 MB연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민주당이 홍영표 전 한미FTA국내대책본부장을 공천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의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한미FTA를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에서 한미FTA국내대책본부장을 지낸 홍영표 후보로 단일화를 마뜩찮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인천 부평에서의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울산 북구에서 진보신당으로 후보단일화가 되면 인천 부평에서 민노당이 양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울산 북구에서 지지율이 앞서는 조승수 후보로 단일화가 유력한 상황에서 인천 부평에서마저 민노당이 후보를 양보하면 사실상 4.29 재보선이 의미가 없게 돼 민노당이 후보단일화에 응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성향 후보 역시 분열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이재훈 전 산업부 차관을 공천했지만, 이 전 차관의 공천에 불만을 품은 천명수 전 인천시 정무부시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천 후보는 무소속 출마 선언에서 "한나라당의 낙하산 공천은 지역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최악의 전략공천으로 고뇌와 번민 끝에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동안 저를 지지해 주신 많은 지역주민들의 뜻을 모아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 후보는 "추후 당과 어떤 이야기가 오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내가 부평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뿌리 깊은 나무를 베어버릴 수는 없다"고 해 차후 한나라당의 설득에 따라 후보 단일화 등이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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