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인한 한국 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참여를 놓고 정치권 내부가 '보수-진보' 진영간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정치쟁점화될 조짐이다.
당초 정부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 PSI 전면 참여 입장을 밝혀왔었다. 하지만 지난 5일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이후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 공식성명에 PSI 참여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신중론으로 선회하는 듯 보였다.
북한의 로켓 정체가 북한이 주장하는 '인공위성'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남북간 경색 국민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 보수 정당은 6일 PSI 참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민주당 등 진보진영은 불가 방침을 밝히는 등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입장차는 앞으로 정치적 대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여야 3당 대표들과 조찬회동 자리에서 "PSI 참여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는 관계없이 원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과 테러방지 등 국제협력 차원에서 검토돼온 사안"이라며 "PSI 가입은 우리 자체적인 판단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PSI 참여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한승수 국무총리도 PSI 참여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PSI 참여를)포기하지 않는다"며 "적극 참여하는 것을 검토중이고, 다만 시기만 조정중"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논평을 통해 정부에 PSI 전면 참여 등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나라경제가 파탄 나고 인민이 굶어죽는데 남을 공격할 무기나 만들 때인가"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한 뒤 "도발에는 보상이 없으며 반드시 제재한다는 두 원칙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이어 "PSI 정식 참여와 한미연합전력 강화방안 재검토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정부가 스스로 PSI 전면참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 말대로 전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전날 당 5역 회의에서 PSI 참여를 주장하며 "미사일방어체제(MD)가 현실적인 북의 핵위협을 막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면 여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남북 해양합의가 있는데 별도의 PSI 합의를 할 이유가 있냐" 면서 "오히려 남북이 더 경색될 뿐" 이라고 반대론을 폈다. 민주당은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청와대 회동 뒤 여의도 당사에서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마 정부나 다른 정당은 PSI 참여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민주당은 좀 더 신중히 잘 대처해야 하고 북한과의 갈등을 늘리는 것보다는 조금씩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민노당 우위영 대변인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PSI 전면 참여 방침은 불필요하게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필연적으로 국민적 이익과 충돌하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PSI에 참여할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을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지난달 30일 PSI를 "조선반도에 전쟁의 불 구름을 몰아오는 도화선"으로 규정하고 "한국 정부의 PSI 참여시 우리는 즉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게 될 것이라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다.
조통평은 또 "우리 존엄과 자주적 권리에 대한 난폭한 도전"이라면서 "파국에 이른 북남관계를 완전히 결단내고 온 민족을 핵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으려는 용납 못할 범죄행위"라며 PSI 참여를 통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남측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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