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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1막 내리고 SW시대 2막 올라야"


KAIST 김진형 교수 "IT'활용'시대 못 열면 국가 경쟁력 암울"

김진형 교수(KAIST 전산학과)는 거침이 없었다. 그 동안 IT 강국의 밑거름 역할을 했던 '통신 패러다임'을 벗어 던지고 과감하게 SW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W 산업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봤자 아직도 국내 IT산업의 '주류'는 통신과 반도체 등의 '인프라' 산업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 이런 인식과 투자가 SW로 옮겨오지 않는 한 국내 SW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논리다.

김 교수는 국내 컴퓨팅 및 소프트웨어(SW) 학계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 그는 평소에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서슴치 않는 독설가로 유명하다.

◆"통신망이 경쟁력 원천인 시대는 지났다"

지난 2일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IT 강국 코리아의 주역인 인프라의 시대는 '저물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율 1위, 이동통신망 설비율 1위, 국민들의 이동통신 가입자율 1위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IT 강국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통했을 지 모르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잣대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통신과 반도체, 인터넷 등 인프라에 힘입어 IT 강국이라는 위상을 얻었지만, 이는 역시 '제조'입니다. 첨단 기술을 의미하는 IT가 아니에요. 제조의 시대는 수 년 전에 이미 저물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국가들도 빠르게 인프라 구축을 끝냈기 때문에 '망이 잘 깔려 있다'는 것이 더 이상 차별화 요인이 되긴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사이에 다른 나라들에서도 인프라에 기반한 각종 서비스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속속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인프라 측면에서 앞서갔던 우리나라에 '후발주자'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의 서비스가 마구 넘어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라는 위명에 젖어 인터넷을 이용한 불법복제에 빠져 있는 동안 미국은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탄생시켰어요. 사흘도 안돼 중국에서 복제돼 버리는 휴대전화 기기 디자인에 우리가 수백억원씩 투자하는 사이에 애플은 터치인터페이스와 애플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 아이폰을 개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당당히 입성했죠. 이것이 바로 SW 육성에 절대 소홀해선 안되는 이유입니다."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경쟁력 확보 시점은 이미 지났다. 그래서 그는 "1막은 이미 끝났다"고 표현한 것이다.

인프라를 통한 응용과 서비스의 시대인 2막이 올라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인 SW에 대한 기술이나 경험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IT 강국은 커녕 전 산업에서 급속도로 국가 경쟁력 후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상용화 하고, 80%를 웃도는 이동전화 보급률을 바탕으로 무선 인터넷 시장을 열었지만 이 시장을 채울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비즈니스 맨들이 블랙베리로 모바일 기반 각종 응용 프로그램이나 무선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메일 프로그램이나 각종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시장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통신 인프라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갖췄지만 정작 이를 바탕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응용 산업'에서는 한참 뒤쳐진 것이 'IT강국 코리아'의 허상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SW산업 육성, 정부가 직접 나서야"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 특히 순수 컴퓨팅 전공을 외면하고 있으며, KT나 SKT 수준의 대형 SW 업체 하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정부가 나서야 해요. 민간에 맡겨두면 자멸입니다."

가만히 놔둬도 유지가 되고 잘 굴러가는 통신과 IT 제조에 대한 투자 대신 규모가 작고 열악하지만 중요도는 높은 SW에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SW 전문가의 폭넓은 등용과 정부의 조직 확대 및 적극적인 투자만이 이 난관을 타개할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식경제부에 단 2개 설치돼 있는 SW담당과에서 이를 이뤄낼 리 만무하고, 1년 넘도록 원장 자리가 공석인 한국SW진흥원 역시 갈피를 못잡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통신 인프라를 갖출 때는 통신 전문가가 일을 하는게 맞아요. 그런데 이분들의 때가 이제는 지났어요. 응용 분야로 넘어갔으면 그 사람들이 빨리 응용 마인드를 갖추든가 아니면 그런 전문가를 등용해서 써야 합니다. 그래야 2막이 오르지요."

인프라에 대한 응용과 이후 다가오는 지식산업에 대한 견해, 그리고 산업의 흐름과 속도를 조정하고 균형을 맞추며 연계할 수 있는 사람이나 조직이 확보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한다.

IT 콘트롤타워에 대한 필요성이 누차 제기되고 있지만, 바로 이 같은 사람과 조직이 투입된 콘트롤타워가 비로소 SW 및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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