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새해부터 선보인 뉴스캐스트는 언론계에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네이버에 '빼앗겼던(?)'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가 가져오게 됐기 때문이 아니다. 뉴스캐스트가 언론사로 하여금 '자기 성찰'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캐스트 시행 뒤 언론사들은 한마디로 스타일을 구겼다. 갑자기 불어닥친 트래픽 해일에 화들짝 놀랐다.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곳은 도로 네이버에 SOS(살려줘!)를 쳐 인링크로 바꾸었다. 감당이 되는 곳은 허겁지겁 트래픽을 받아먹고 있다.
마치 이문열 작가의 대표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결말을 떠올리게 하는 광경이다. 반장 엄석대가 물러난 뒤 교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어쩔 줄 몰라하며 혼돈에 빠진다.
길들여진 학생들은 엄석대의 부재에도 그의 그림자를 느낀다. 적어도 뉴스 유통에 있어서 네이버는 엄석대처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언론사들은 지금 그 '자유통(痛)'을 앓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들이 자유를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일주일 지난 상태에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느낌이다.
벌써부터 연성기사위주로, 더 많은 기사를 박스에 넣기 위해 기사 제목을 줄이고 다듬고 있다. 연성기사와 제목변경…이 모두 언론사가 그동안 포털을 향해 쏟아낸 비판의 단골 메뉴였다.
뿐만 아니다. 이대로 간다면 언론사는 전에는 포털에 암묵적으로 맡겨뒀던 '비용적' 측면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이미 트래픽 폭주로 인해 몇몇 사이트는 서버 증설 등을 고려하고 있다.
또 지금 같은 규모의 댓글 폭탄이 이어진다면 그간 네이버가 '자발적으로 뒤집어 쓴' 셈이었던 명예훼손 문제라는 된서리를 언젠가 맞게 될 확률이 크다. 별로 시행해 본 적 없던 정보통신망법상의 임시(블라인드) 조치를 하느라 바빠질 수도 있겠다.
그래서 본인확인제를 위해 전보다 주민등록번호를 더 보유하게 될 것이며 이에 대한 관리 부담도 커질 것이다. 사이트 내에서의 의제 설정 기능이 강해지면서 논조에 불만을 품은 해킹 시도도 있을지 모른다. 어찌 됐든 전보다 높은 수준의 보안 관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들 역시 언론이 줄기차게 비판해 왔던 것이다. 사이트 불안정, 명예훼손, 보안 등 언론이 주로 타자를 비판했던 것들을 스스로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영리하다.
언론에 "너희들이 한 번 해봐"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을 뉴스캐스트 하나로 언론사에 돌려 주고 있는 셈이다. 뉴스캐스트는 단순히 편집권과 트래픽을 언론사에 되돌려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비판에만 몰두했던 언론사가 자기 성찰에 얼마나 충실했는지에 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은 그저 독자가 사이트에 많이 오는 데에만 고무되지 말고 뉴스캐스트를 계기로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그동안 네이버의 틀에 갇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차분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 '네이버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저널리즘을 구축하는 길이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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