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임시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졌다.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앞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비준 동의안 상정을 두고 밀어붙이려는 여당과 이를 막으려는 야당이 해머, 물대포에 소화기까지 동원해 마치 촛불집회를 방불케 하는 전쟁을 벌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새벽부터 전쟁을 시작했다.
박진 위원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외통위 위원들은 전날 질서유지권 발동에 이어 이날 새벽부터 회의실을 먼저 점거한 뒤 문을 잠그고 바리케이트를 쌓는 등 농성에 대비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새벽부터 박 위원장과 황진하 한나라당 간사의 집에 찾아가는 등 사전 차단을 모색했으나 두 의원이 이미 집을 나서는 바람에 실패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또 박 위원장이 회의 시작 전부터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 국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유권해석을 요구했으나 김 의장이 자리를 비워 항의하지 못했다.
이후 한나라당이 회의실을 점거한 사실을 파악한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8시 경부터 회의실 앞으로 모여 진입을 시도했으나 김정권 원내대변인 등 한나라당 의원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당직자들이 200여명 가까이 늘면서 입구를 지키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밖으로 밀려났다. 이에 이미 회의실에 들어간 박 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은 문을 걸어 잠그고 만반의 대비를 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잠긴 문을 뚫기 위해 대형 해머를 들고 와 문을 부수기 시작했고 오전 11시 경 회의실 문을 일부 부수는데 성공했다.
그러자 회의장 안에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과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경위들은 소파 등으로 2차 바리케이트를 쌓고 민주당 의원들의 진입을 저지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이 계속 진입을 시도하자 회의장 안에 있던 경위들은 진입을 시도하려는 한나라당 당직자들에게 소화기 분말을 뿌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맞서 호스로 물을 뿌리는 등 회의장은 난장판이 됐다.
여야 당직자들은 이 과정에서 내내 계속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 당직자들은 주먹다짐을 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고, 한 당직자는 벨트가 끊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또 물병이 날아다니고 옷이 찢어지는 등 200여명이 들어찬 회의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말싸움도 벌어졌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진작 잘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김 의장을 두고 "의장이 의장이길 포기하고 한나라당 당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 같다"며 비난했다.
또 홍준표 원내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11시 경 현장에서 5분여 동안 드잡이를 벌이다 국회 운영위원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민주당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한미FTA비준안을 외통위 안건으로 단독 상정함에 따라, 연말 임시국회는 극한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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