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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역할론' 지고, '이재오 역할론' 뜨고


'이재오 조기 귀국'에 서서히 묻히는 '朴 역할론'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전 의원의 조기귀국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이재오 역할론'이 정치권의 이슈로 전면 부각 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 개편·연초 개각과 맞물리면서 한때 여권의 화두로 떠올랐던 '박근혜 역할론'은 이 전 의원의 조기귀국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관심의 초점이 박근혜에서 이재오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그간 귀국설에 극히 말을 아껴오던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뉴욕 강연회에서 "지금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고, 비자가 내년 5월에 끝난다"면서 "비자가 끝나기 전에라도 스스로 판단해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는 들어갈 것"이라고 '조기 귀국'에 방점을 찍었다.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놓고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만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의원의 조귀 귀국 결심이 이 대통령과의 조율 속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공천 파동 과정에서 '만사형통'인 이상득 의원과 친이계 좌장격인 이 전 의원간 권력암투 속에서 이 전 의원은 판정패를 당했다. 아직까지도 '이상득-이재오'간 서로 앙금이 가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재오 귀국'으로 친이계 내홍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상득 의원 뿐 아니라 친박계와 관계도 소원해 또 다른 분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래저래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당 안팎은 소란스러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내에선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파생될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체없는 '박근혜 역할론'…말만 무성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실체없는 '역할론' 속에서 이재오 전 의원의 귀국은 의미심장하다.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으로 '박근혜 역할론'이 사실상 잦아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역할론'을 먼저 제기한 친이계나 당사자인 친박측 모두 지금은 더 이상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역할론'은 지난달 중순부터 친이계가 중심이 돼서 제기하면서 여권내 화두로 급부상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뒷짐만 지지 말고 전면에 나서달라'며 친이계의 '박근혜 역할론' 띄우기는 본격화하는 듯 했다. 여기에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이 연일 친박측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박근혜 역할론'은 더욱 힘이 실렸다.

당내 중립파들도 '박근혜 역할론'에 적극 가세했다. 그중 원희룡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국민의 지지도를 대통령 외에 가장 많이 얻고 있는 분이 박 전 대표이고, 따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이 분들이 흔쾌히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말만 무성할 뿐, '박근혜 역할론'의 실체는 안개속이다.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은 표면적으론 '신뢰 회복'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친이계 측에서 내세우는 '박근혜 역할론'에 불쾌감을 표출하고 있다.

친이계 등이 '박근혜 역할론'을 언급하면서 최소한 내각 기용 등 구체적인 역할론을 제안했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치권에서 "박근혜 역할론에 '역할'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박계는 지난 개각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총리설'과 이후 '대북특사설' 등이 공론으로 끝나면서 또 다시 '박근혜 흔들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을 만도 하다. 친박계 한 초선 의원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제발 가만히 있는 박 전 대표를 나둬라. 박 전 대표가 왜 하는 일이 없다고 하는가"라며 "(친이측이)심심하면 박 전 대표를 흔들고 나서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재오 조기 귀국'은 청와대 개편·연초 개각과 맞물리면서 친박계 등을 포함한 인사탕평보다는 여권내 친정체제 구축으로 쏠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와 올 공천 파동까지 사사건건 부딪쳐 온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미국에서 '박근혜 역할론'에 대해 "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중요한 정치적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박 의원이 많은 역할을 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박 전 대표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한 데에는 자신의 귀국으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상 이상득 의원과 박 전 대표측 등 양측과 각을 세워온 이 전 의원 입장에선 자신의 귀국으로 또 다시 당내 분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끊이지 않는 '이재오 역할론'…친이계 구심점 찾나

이처럼 '박근혜 역할론'은 슬슬 묻히는 반면 '이재오 역할론'은 부상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을 주장해온 공성진 최고위원은 9일 한 라디오에 출연 "(이 전 의원이)정부의 성공을 얼마나 갈구하겠느냐"며 "한국에 들어와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고 '이재오 역할론'을 주장했다.

공 최고위원은 "새롭게 다시 옛날 지역구로 돌아가서 정치를 할 것인지, 다른 형태로 할 것인지 또 공직을 할 것인지는 본인이 결심하기에 달렸다"며 이 전 의원의 역할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지만 이 전 의원이 내년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게 봤다.

공 최고위원은 지난달 간담회에서는 이 전 의원의 역할론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획기적인 인적 쇄신과 제도적 개선을 해야겠다는 것이 내 주장"이라며 연초 당정청 전반을 아우르는 인적쇄신을 주장한 뒤 "이 전 의원이 개각에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전여옥 의원은 9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전 의원의 복귀설이 계속 나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빈자리가 크다는 반증"이라며 "그는 승리도 낙선도 두려워 않고 자신을 던진 정치인이라고 평가한다"고 호평했다.

전 의원은 특히 "이 전 의원의 거취는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만 이 전 의원이 와서 동맥경화된 것 같은 당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최근 전세계 금융한파가 몰아치면서 국내에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에 버금가는 실물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이 경제·금융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이런 때에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정치인이 나서서 당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며 정권이 중심을 잡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친이계 내부의 중론이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권창출의 일등공신인 이 전 의원이 적임자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

물론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최근 부쩍 당내 인사들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심리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많다.

◆친이계 일부 '이재오 귀국' 부정적…'내홍' 초래 우려

하지만 친이계 일각에서도 이 전 의원 귀국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당내 분란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이슈가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전 의원의 조기귀국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내년 초 이 전 의원의 귀국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명박 개혁 법안 등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귀국은 당내 갈등을 또 다시 초래할 수 있다"며 내홍을 우려했다.

이는 지난 공천파동 과정에서 이 전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냉전을 치렀고, '박근혜 역할론' 때문에 오히려 친박계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 전 의원의 귀국으로 '이상득·박근혜-이재오' 3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적대관계를 형성했던 '이상득-이재오' 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 전 의원 귀국과 당내 쏠림현상 가속화로 친박 진영 뿐만 아니라 당내 원로파의 이상득 라인과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그는 이 전 의원이 최근 미국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언급한 것과 관련, "이 전 의원이 귀국하면 박 전 대표와 화합의 제스처는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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