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더이상 무료로 '114' 번호를 번호 안내서비스용으로 독점으로 쓰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14 번호에 대해 사용료를 징수하거나 114 번호 경매제 도입을 제안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내년 중점 과제로 이를 포함한 특수번호 통합 등 번호자원 개선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114 번호안내 서비스는 일제 강점기인 1935년 경성전화국에서 시작돼 지금도 KT 출자회사인 한국인포데이타와 한국인포서비스에서 지역을 구분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2002년 KT 민영화 이후 건당 120원의 요금을 부과하자 공공기관이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11Y 계열 번호를 민간기업이 독점해서 수익사업에 이용할 수 있는 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런데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종걸 의원(민주당)의 '114 특수번호 사용에 대한 법적근거 유무조사'에 대한 답변에서 ▲KT가 114번호를 독점사용하려면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며 ▲114번호 사업자에 사용료를 징수하거나 114번호 경매제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해 주목된다.
◆KT, '114' 번호로 수입올려...115,116도 독점 사용
방송통신위원회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11조)에 따르면 11Y나 12Y 계열의 특수번호는 114,115,116을 제외하고 정부가 공적인 목적으로 쓰고 있다. '화재신고 119' '밀수사범신고 125' 등으로 쓰이는 것.
하지만 114의 경우 KT의 출자회사(약 19% 주식 보유)인 한국인포데이타와 한국인포서비스가 번호안내 서비스용으로 쓰면서 평일 건당 120원, 할증시간 건당 140원을 벌고 있다. 한국인포데이타는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에서 한국인포서비스는 서울, 경기, 강원에서 서비스중이다. 이 수입은 KT로 귀속되고 한국인포데이타와 한국인포서비스는 위탁수수료를 받는다.
한국인포데이타와 한국인포서비스는 114에 기반해 우선안내서비스, 114비즈 같은 부가사업을 하며, 다른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114 번호안내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114 번호안내 정산과 관련, 2005년 2월 KT가 SK텔레콤에 2002년 이후의 비용청구를 요청하면서 KT가 제시한 원가산정방식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등 사업자간에 갈등도 있었다.
뿐만아니라 KT는 '115'와 '116'도 독점으로 쓰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다. 115의 경우 기본요금 1천원의 전보서비스에, 116은 시내전화 요금(3분당 39원)을 받고 국내 및 해외 주요도시 시간안내 서비스에 이용하고 있다.
◆번호관리 세칙만으론 부족...방통위도 문제 파악
이처럼 민영화된 KT가 국가 자원인 '11Y' 계열의 특수번호를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전기통신번호관리세칙의 부칙(경과규정)이 영향을 미쳤다.
번호관리세칙의 부칙(2조)에 따르면 '이 세칙 시행전에 부여받은 번호는 이 세칙에 따라 부여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세칙만으로 KT가 무료로 '114' 같은 특수 번호를 독점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법적인 해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세칙의 부칙은 114 특수번호를 받은 사업자의 기존의 법적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어서 KT가 114번호를 그대로 쓰는 데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KT가 114를 독점사용하는 근거로는 부족하다"면서 "특히 KT가 민영화된 이후 세칙의 부칙에 의해서만 114 번호 이용이 인정되는 것은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입법조사처는 방송통신위에 KT의 114,115,116 번호는 11Y, 12Y 계열의 특수번호와 활용주체와 방식이 다르다면서 이에대한 법적인 근거를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통신회사들은 번호DB확보, 비용, 수익성 문제 등으로 통합안내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불가능한 반면, KT는 114번호 독점으로인한 수익사업을 계속할 수 있어 공정경쟁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번호이용료 부가나 경매제, 국가차원의 번호안내서비스 제공 등을 제안했다.
방송통신위 박준선 통신자원정책과장은 "KT의 114 번호 독점사용 문제를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와 함께 010번호 통합 문제 등 번호자원 전반에 대한 정책 개선을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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