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신뢰의 문제가 원구성 타결에 합의한 정치권에 휘몰아쳤다. 문제는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회동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는 한승수 국무총리의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출석 문제.
이날 원내대표 합의문 3항인 '총리 출석 문제는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키로 하였다'는 조항이 있었지만, 정작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총리 출석에 대한 논의가 여야 간 난항을 겪었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민주당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의원들이 "총리가 정당한 사유없이 국회에 불출석한다면 형사범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 출신의 최병국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승수 총리의 출석에 소극적이어서 회의가 파행됐다.
이날 한나라당 특위 위원들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2조 1항에 따르면 처벌 대상은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 또는 보고를 거부한 사람으로 '증인'이 아닌 총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병국 특위 위원장 역시 "총리에게 기관보고에 출석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국무총리 출석의 건을 의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 한 총리의 출석이 강제성을 띄지는 않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러자 야당은 한나라당이 오전에 원내대표 회동에서 한 합의를 깬 것이라고 비판했고, 회의는 중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원내 교섭단체 간사인 이상민 선진과 창조의 모임 의원과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이날 원구성 실무협의를 벌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게 "이래서는 끝이 안 난다. 한나라당이 국무총리 출석을 못하겠다고 하고 있다"면서 "합의 내용을 분명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원구성 협상을 위해 회의장에 들어선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선택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대표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따져 묻기는 마찬가지였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국회의장과 홍 원내대표가 명확하게 '국회법대로 국무총리를 출석시키면 된다'고 해서 그대로 합의했는데 다시 보니 이를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총리 출석요구를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까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헌법과 국회법상 총리는 국회가 출석을 요구하면 나오도록 되어 있다"면서 "우리는 총리가 안 나오겠다고 의사 표현을 했으니 특위에서 정식 의결을 해서 출석 요구서를 보내면 된다. 그 다음에 안 나오면 책임 추궁으로 가는 것이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믿지 않았다.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병국 위원장과 이사철 간사가 특위에서 총리 출석을 의결시켜주면 이는 합의정신에 맞다"면서 "그러나 국회의 과반수 이상을 한나라당이 점하고 있는데 법에 따라 한 총리가 대리출석을 허가하면 이는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다.
홍 원내대표는 계속 "일단 비공개로 한 이후에 특위 간사들을 불러 내가 설명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간에 했던 합의가 내려오자마자 실무선에서 깨져버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복잡한 것도 아니니 이를 명시화해야 한다"고 버텼다.
이러자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를 정치쟁점화해서 또 합의를 깨려는 것 아니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고, 민주당 측에서는 "지난 증인 채택에서도 PD수첩을 채택하지 않는다고 원내대표간 합의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 홍 원내대표가 "합의한 적 없다"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자 김창수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이게 기 싸움으로 변질되면 안되고 오전에 국회의장과 3당 원내대표 협상 정신에 기초해 해당 특위에서 총리 출석과 관련된 법적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라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총리 출석을 하지 않는 쪽으로 몰아가면 안되는 것"이라고 중재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그것은 옳지 않다"면서 "그 문제는 바로 이야기하자. 내 특위 간사에게 지시하겠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된 채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간사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날 모인 3당 원내대표들은 오전에 했던 한승수 국무총리 출석을 요구하는 합의에 대해 다같이 이해하고 있었지만, 3달 간 끌어온 국회 파행 속에서의 신뢰 부족은 이날 회동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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