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8일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전격 의결했지만 정 사장의 해임을 둘러싼 법적 정당성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 사장은 감사원의 해임 요구 처분 자체가 무효라는 확인 소송과 효력을 정지하는 집행 정지 신청을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한데 이어 이날 임시이사회 또한 절차와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이날 임시이사회 과정에서도 나타난 KBS 내부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어서 향후 정 사장 해임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사장 취임 5년 4개월만에 해임제청 가결
정연주 사장은 2003년 초 KBS사장 공모 때 언론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추천한 3인 중 한 사람으로 KBS 이사회를 통해 같은해 4월28일 16대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2004년 말 '반(反) 정연주 사장'을 표방하며 새롭게 구성된 KBS노조에 의해 시련기를 겪는다. KBS 노조는 정사장의 임기가 만료된 2006년 경영실패를 들어 정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다.
정사장은 노조의 반대를 뚫고 2006년 9월 사장직 공모에 재차 도전해 그 해 11월 17대 사장으로 다시 취임한다.
정 사장의 고된 시련기는 올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시화 된다.
정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거취와 관련해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받아왔다. 그러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성향의 단체들이 지난 5월14일 감사원에 KBS의 특별감사를 청구하기에 이른다.
이와 함께 KBS의 한 직원은 2005년 벌어졌던 법인세 환급소송 취하와 관련해 정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감사원은 지난 5월21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를 열어 KBS 특별감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달 11일 본격적인 특별감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측 인사로 알려진 김금수 KBS 이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 자리에서 물러난다. 후임으로 친여 성향의 유재천 이사가 새 이사장에 오른데 이어 신태섭 이사의 빈자리에 강성철 이사가 선임, KBS 이사회는 친 이명박 정부의 구도로 재편된다.
이로써 정 사장은 KBS 이사회와 검찰, 감사원 등으로부터 공격대상이 된다.
정 사장은 '정치적 압력' 등을 이유로 배임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다섯차례 소환 요청에 불응하고, 감사원의 출석 요구도 네차례에 걸쳐 응하지 않는다.
그러다 감사원은 지난 5일 KBS의 누적적자와 방만경영, 인사전횡, 법인세 환급소송 취하에 따른 회사손실 초래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KBS 이사장에게 정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고, KBS이사회는 8일 임시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기에 이른다.
정 사장은 앞서 지난 6일 감사원의 결정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자리를 고수하겠다고 밝힌뒤 감사원의 해임 요구 처분 무효 확인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 하지만 KBS 이사회가 정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사실상 임기를 마감하게 됐다.
◆정연주 사장 해임 절차 어떻게 되나?
정연주 사장은 8일 KBS임시이사회에서 감사원이 요구한 해임제청안이 가결됨으로써 대통령의 해임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날 의결된 정 사장에 대한 해임안은 행정안전부를 거쳐 청와대로 전달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은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출장 이후 곧바로 정 사장의 해임건을 처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통령이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9일 정 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게 되면 정 사장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을 할 수없게 된다. 이 때부터는 현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새 사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지금까지 KBS 사장은 공모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공모제를 명문화한 규정이 없어 어떤 방식으로 차기 사장이 선임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사장 선임방식과 관련해 KBS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이사회에서는 아직까지 사장 선임방식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다.
KBS 노동조합이 최근 사장추천위원회를 15명으로 구성하고 사추위 안에 3~5명으로 구성된 검증소위를 두는 '국민참여형 사장선임제도'를 제안했을 뿐이다.
◆사장 해임 둘러싼 논란 증폭
KBS 이사회가 8일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하긴 했지만 당분간 해임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가 감사원과 KBS 이사회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5일 관련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낸 상태다.
또 이날 KBS 이사회가 의결한 '사장 해임 제청안'에 대해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변호인단은 소장에서 KBS 이사회는 사장 해임을 제청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이사회 안건 상정시 이사와 사장, 감사에게 서식으로 통보해야 하는 규정도 전혀 지키지 않은 만큼 근원적으로 무효라고 밝히고 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의결안을 통해 "임명제청기관으로서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제청하기로 결정하고 신속한 처분을 건의하기로 하였다"고 밝혔지만 KBS는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에는 임명제청기관인 KBS이사회의 사장 해임 제청에 대한 사항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해임에 대한 권한이 명기돼 있지 않으므로 대통령에게는 KBS사장에 대한 해임권이 없고, KBS이사회 또한 KBS사장 해임 제청은 위법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방송법 제50조 2항에는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이 규정에 대한 해석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해임권에 관해 별도로 정하지 않을 경우 임명권이 부여된 자에게 해임권도 함께 부여된 것으로 보는 포괄적 해석이 있어 정 사장 해임을 둘러싼 법정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KBS 내부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전 직원 총파업이 결의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승호기자 jayoo20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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