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열린 KBS이사회에서 정연주 KBS 사장 해임제청안 상정에 반대하고 중도에 퇴장한 야당 성향 이사 세 명이 "절차와 내용을 무시한 KBS이사회의 해임제청안 가결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KBS이사회는 지난 5일 감사원이 KBS 특별감사 결과 정연주 사장의 해임 제청을 요구함에 따라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상정된 지 한 시간만에 가결했다.
남윤인순·이기욱·이지영 이사는 이사회장에서 퇴장한 뒤 KBS 본관 앞에서 방송장악·네티즌 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이 주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 KBS 이사회 진행은 절차상으로도 내용상으로도 부당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기욱 이사는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감사원이 위법한 KBS 사장해임제청을 요구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데 악용됐다"며 "이사회가 감사원의 위법한 요구에 따라 사장 해임 제청안을 상정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조치이자, KBS의 위상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지영 이사는 "이사회가 회의 안건을 KBS에 통보해야 하는 절차도 지키지 않고 안건을 상정했다"며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지영 이사는 "감사원의 주장과 KBS의 주장이 너무도 다르니 이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먼저 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으나 나머지 이사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 토론이 필요없고, 각자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남윤인순 이사는 "(사장 해임 제청안)안건 상정 자체도 반대할 뿐만아니라, 사복경찰의 비호를 받아가면서까지 이사회를 비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10시50분경 퇴장했다.
이어 이기욱 이사와 이지영 이사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안건 상정의 부당성을 강조했으나 한나라당 성향의 이사 6인이 안건 상정 강행을 요구하면서 반발의 의미로 퇴장했고 박동영 이사도 12시를 전후해 퇴장했다.
결국 이날 KBS이사회는 이춘발 이사를 제외한 10명의 이사가 참석한 채 10시10분 개회한 뒤 12시38분경 남은 6명의 이사들이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
남윤인순 이사는 "7일 저녁 KBS 본관 앞에서 많은 분들이 연행된 것이나, 오늘 이사회가 공권력의 보호 아래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합리적인 토론만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여러 분들이 힘을 모아 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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