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인권 침해 있다"…정부 '모르쇠'

촛불집회에 대응하는 경찰의 진압 방식에 대해 정부 측은 "정당한 공권력의 사용"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18일 국제 엠네스티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조사를 벌여온 국제 앰네스티 한국 조사관 무이코는 이날 정부에 ▲인권침해 부분에 대한 수사 착수 ▲경찰이 가한 부당함에 대해 개인이 고소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 가해자 문책 ▲피해자에 대한 구제책 마련 ▲전·의경 근무여건 개선 등을 권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경찰은 도망치는 14살 소년의 머리를 가격하는 등 집회 진압과정에서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며 "물대포나 소화기 같은 비살상 군중통제장치를 남용하는 모습을 조사기간 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엠네스티는 이번 조사 내용을 영문 보도자료로 만들어 전 세계 국가에 동시 배포할 예정이다. 또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을 본 이후 차후 행동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날 열린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는 한승수 국무총리가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 진압에 대해 "진압과정에서 물대포가 사용됐는데 이는 다른 어떤 나라의 폭력 진압 방법보다 평화적인 진압방법"이라고 물대포 사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현재 물대포가 규정 위반이라고 하지만 물대포는 시위대가 접근할 때는 직사도 할 수 있게 돼 있다"면서 "불법적인 진압장비라고 주장하는 소화기 역시 99년 최루탄 금지 후부터 경찰이 계속 사용한 장비"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18일 기자 브리핑에서 "국제 엠네스티가 촛불집회와 관련된 인권 침해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를 보면 현 정권 들어 일어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이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면서 "정말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에 급급한 이명박 정권의 인권 불감증이 국제적 망신감"이라며 "대한민국이 인권 후진국으로 낙인찍혀 세계에 조롱당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