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월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VM웨어가 삐걱거리고 있다.
모회사인 EMC 이사회는 지난 8일(현지 시간) VM웨어 창업자인 다이안 그린이 최고경영자(CEO) 직을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후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잔뼈가 굵은 폴 매리츠가 내정됐다.
매리츠는 최근엔 VM웨어 모회사인 EMC에서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부문을 이끌었다.
◆주가, 최고치보다 60% 떨어져
VM웨어는 지난 해 8월 기업공개(IPO) 당시 '구글 열풍'을 재연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받았을 정도로 유망한 기업. 이 회사는 IPO를 통해 총 9억5천700만 달러를 조달하면서 실리콘밸리에 투자 열기를 되살렸다.
비록 구글이 2004년 8월 IPO를 통해 조달했던 19억2천만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 VM웨어의 사정은 녹록치 않은 편이다. 우선 주가가 최절정기에 비해 60% 가량 떨어졌다. 게다가 매출도 시원치 않은 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VM웨어는 2008년 매출 성장 전망치를 50% 이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VM웨어의 지난 해 매출은 13억달러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린 전 CEO의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린이 CEO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예상 못했던 조치는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 "MS 대응할 비전이 없다"
VM웨어는 가상화 소프트웨어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한 때 실리콘밸리의 차세대 주자로 꼽혔다.
가상화 소프트웨어란 서버 등에 여러 개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특징. 멀티미디어 환경이 강화되면서 가상화 기술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가트너는 가상화를 차세대 10대 기술 목록에 포함시키면서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가상화 부문은 큰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대표 주자인 VM웨어의 상황은 그다지 양호한 편이 못된다. 특히 MS가 이 시장 진출에 강한 야심을 보이면서 VM웨어의 입지 자체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도 투자자들을 초조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VM웨어가 MS와 경쟁할 뚜렷한 비전이나 전략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고 있다.
포브스는 특히 VM웨어가 데스크톱 PC와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같은 부문으로 가상화의 영역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 매리츠가 '구원투수' 역할 해낼까
포브스는 회사 사정이 악화된 것 못지 않게 창업자인 다이안 그린의 캐릭터도 CEO 자리에서 쫓겨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MIT 출신인 그린인 지난 1998년 스탠퍼드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남편과 함께 VM웨어를 설립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린은 2004년 6억2천500만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이 때 VM웨어를 매입한 기업이 바로 EMC다.
하지만 회사 합병 이후 그린은 조 투치 EMC CEO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둘은 VM웨어의 향후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제대로 의견 일치를 보인 적이 없었다고 포브스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실적까지 악화되자 결국 '창업자 축출'이란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한 때 실리콘밸리의 기대주로 각광 받았던 VM웨어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최강자인 MS가 가상화 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안팎에서 협공을 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회사인 EMC는 MS에서 잔뼈가 굵은 폴 매리츠에 VM웨어 회생의 임무를 맡겼다. 매리츠가 EMC의 기대대로 VM웨어에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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