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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혼란 부추기는 방통심의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온 조선·중앙·동아 광고불매운동 글에 대해 '불법'이라며 삭제하라고 하면서 또다른 논란이 시작됐다.

'불법'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충분한 가와 별도로, 어떤 게 '불법'인 지 판단할 만 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네티즌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의 의결조치만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어서, 삭제된 글에 대해 해당 네티즌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불법' 여부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소통'하는 네티즌들은 이번 조치로 당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어떤 글이 심의대상에 올랐고 판단 기준은 뭐였는 지 방송통신심의위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최근 다음의 광고불매운동 게시글 80건 중 약 75%에 속하는 58건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삭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방통심의위는 신문 절독 및 구독 거부 운동처럼 신문 자체에 대한 불매운동은 소비자운동의 범주에 속하지만, 광고주 압박을 통한 간접적 관계까지 소비자운동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게 될 네티즌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불법 게시글의 예로 "광고 담당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홈페이지 주소 등을 열거하면서 광고주에 전화를 거는 행동지침을 제시하거나 적극적으로 권하는 게시글이 이에 해당한다"고 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게시글의 사례는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적극성'을 드러내면 불법 게시물로 삭제된다는 얘긴데, 어떻게 써야 불법 게시글로 분류되지 않는지에 대한 기준이나 사례는 전혀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방통심의위측은 이에대해 "게시글의 유형이 워낙 다양해 (불법 게시글의)기준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들다"며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은 나중에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물론 방통심의위는 사법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광고불매운동의 전체적인 유권해석보다는 개별 게시글에 대한 불법성 판단만 제시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의 가이드라인 만으로는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백, 수천 건의 게시글에 대한 심의 요청이 방통심의위로 몰릴 텐데,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유사 형태의 게시물에 대해 OSP(온라인서비스제공업체)가 임시조치할 수 있도록 자율 규제 범위가 넓어질 경우 네티즌의 저작권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삭제 조치를 받은 게시글이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게시글의 사례를 자세히 제시함으로써 네티즌들이 스스로 합리적인 판단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 까.

아이러니하게도 방통심의위의 이번 판결은 네티즌들의 행동 반경을 오히려 넓혀놓는 모양새다.

네티즌의 보수언론 압박이 옳든 그렇지 않든 간에, 네티즌들은 다음 카페 대신 개인 블로그나 메신저 등 다른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저명한 인터넷 법학자인 로렌스 레식교수의 말처럼 인터넷을 규제하는 데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터넷이 숨쉴 수있고, 독립된 민간자율 심의기구로서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에도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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