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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힐리오 해법, 시작은 '성공'


계획보다 투자줄이고 2위 사업자와 합병

SK텔레콤이 지난 27일 미국의 2대 가상이동망(MVNO)기업인 버진모바일USA에 힐리오를 넘기고 버진모바일USA(이하 버진모바일)의 2대주주가 되는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의 100% 자회사인 SKT USA Holdings가 보유했던 힐리오 주식 전량을 버진모바일에 출자하고 추가로 2천500만 달러(한화 234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버진모바일 지분 17%를 확보한 2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로서 SK텔레콤의 미국 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2005년부터 4억1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현지 적응에 실패한 '힐리오' 대신 '버진모바일'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영입하게 된 것.

'힐리오'는 동영상 다운로드와 음악 서비스 같은 데이터 서비스를 출시해 '와이어리스 위크'로 부터 '가장 혁신적인 통신사업자'로 선정됐지만, 가입자는 20만명에 미치지 못하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가입자 510만명의 버진모바일에 흡수돼 미국내에서 훨씬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추게 됐다. 네트워크 비용은 줄이고 유통망은 공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SK텔레콤은 버진모바일에 10명의 이사중 2명만 파견하게 돼 주도권보다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중요해졌으며, 미국사업 투자계획 잔금인 1억2천만달러 중 2천500만 달러만 집행해 투자는 줄이고 글로벌 사업의 규모는 키웠다는 평가도 받고있다.

◇미국 MVNO 현황 - 주요 MVNO 사업자 현황
구분
Virgin Mobile USA
TracFone
서비스 개시일
2002.7
2000
가입자 (07년말)
510만명
880만명
ARPU
$21
$12
특징
-미 MVNO 최초로 IPO성공 -Prepaid/Postpaid의 장점을 합친 Hybrid요금제의 성공(Pay as you go)
미국 최초 Prepaid/MVNO사업자
성공요인
Virgin Group의 브랜드 이미지 및 유통망 활용
MVNO최초 사업자로 타겟시장 규모가 컸으며, 경쟁상대가 없었음

◆격변하는 미국통신시장, 선불·후불 시장 시너지 추구

이번에 '힐리오'와 '버진모바일'이 한몸이 된 것은 미국내 이동통신시장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통신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선불시장과 후불시장이 확연히 구분돼 왔다.

'힐리오'나 '버진모바일' 같은 가상이동망사업자(MVNO사업자)들이 주도했던 선불시장은 별도의 의무약정이나 기본료가 없는 시장으로, 저소득층이나 젊은층에게 어필했다.

반면 AT&T, T모바일, 버라이즌, 스프린트 같은 기존통신사업자(MNO사업자)들은 신용등급 평가나 보증금이 필요한 후불시장에서 활동해 왔다. 미국은 후불이용시 고객 신용도에 따라 3~400달러 정도의 보증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서브 프라임 사태와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고객들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후불시장에서 선불시장으로 가입자 유입이 늘고 있어, 기존 통신회사(MNO)들과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즉 MVNO사업자들은 공격적인 요금인하로 방어하고, MNO들은 약정기간 의무화, 가족할인제, 망내무료통화 등으로 가입자 유지에 집중하는 것.

버진모바일이 힐리오의 갖춰진 빌링시스템에 관심을 가진 것도 계약 배경이라는 얘기다. 버진모바일 입장에서는 힐리오의 빌링시스템을 적용해 후불시장에 본격진출하고, 다른 사업자로 가려는 선불가입자를 방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미국은 2007년말 현재 약 2억5천4백만명의 이동통신 가입자와 84.3% 보급율을 기록하고 있는 성숙된 시장이나, 이민자나 저연령 인구 비중이 높아 신규가입의 여력은 남아 있다.

특히 데이터 매출의 경우 '06~'07년 성장률(Market Revenue 성장률) 12.6%를 기록, 선진시장 평균 5.2%를 크게 웃돌고 데이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역시 3G 네트워크 상용화, 스마트 폰 등 하이엔드 단말기 보급확대로 증가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간 요금인하 경쟁에 따른 음성 ARPU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ARPU의 증가로 전체 ARPU는 50달러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SK텔레콤과 버진모바일은 1억4천만 규모의 후불시장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사10명 중 2명 파견...미국 사업, 주도권은 약화

SK텔레콤은 이번 제휴로 힐리오의 차별화된 데이터 서비스와 빌링 시스템, 버진모바일의 브랜드 파워와 5백만 가입자를 통해 미국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보다 미국사업에서의 주도권은 줄어들 전망이다.

'힐리오'의 경우 SK텔레콤과 미국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인 어스링크가 5대 5의 지분으로 지난 200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적자를 이유로 어스링크가 손을 뗀 뒤 사실상 SK텔레콤의 자회사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독자적인 경영전략보다는 파트너와의 협력이 강조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번에 전략파트너가 된 버진모바일은 버진애틀랜틱항공을 비롯해 200여 관계사를 둔 영국 버진그룹의 일원이다.

버진모바일의 1대 주주는 31%지분을 보유한 버진그룹, 2대주주는 17%지분의 SK텔레콤, 3대주주는 14%의 지분을 가진 스프린트다. SK텔레콤은 버진모바일 이사회에 이사 2명을 파견하게 됐지만, 10명의 이사 중 2명일 뿐이다.

한편 2005년부터 지금까지 SK텔레콤이 '힐리오'에 투자한 돈은 4억1천만달러로 알려졌다. 초기에 2억2천만달러를 투자한 뒤, 이사회에서 3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의해 현재 1억2천만 달러가 투자 금액으로 남아 있는 것.

하지만 이번에 '힐리오'가 '버진모바일'에 흡수되면서, 추가적으로 2천500만달러만 투자하게 됐다. 그래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계획보다 투자를 줄이면서 미국 내 사업 여건은 견실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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