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윈도XP 죽이기'가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고객들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PC 제조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MS) 라이선스 정책의 약한 고리를 최대한 이용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BBC는 28일(이하 현지 시간) 델을 비롯해 휴렛패커드(HP), 레노보 등 주요 PC업체들이 6월30일 이후에도 계속 윈도XP를 장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MS는 6월30일 이후에는 PC제조업체들에게 윈도XP 공급을 중단할 방침이다.
MS의 이 같은 정책은 최신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 하지만 윈도 비스타가 출시 1년6개월여가 지나도록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MS의 윈도XP 단종 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운그레이드 옵션 이용해 XP공급 연장
이런 가운데 주요 PC업체 중에선 처음으로 델이 MS 라이선스 정책의 허점을 파고 들었다. 윈도 비스타 비즈니스와 얼티메이트 버전 사용자에 한 해 윈도XP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 '다운드레이드 라이선스' 조항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델은 일부 제품들에 한해 윈도XP를 계속 장착할 수 있게 됐다. MS 역시 델의 이 같은 정책이 OEM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해줬다.
HP 역시 다운그레이드 옵션을 이용해 오는 2009년 7월30일까지 일부 모델들에 윈도XP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레노보는 일부 비스타 PC들에 윈도XP를 되살릴 수 있는 디스크를 함께 판매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원할 경우엔 윈도XP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요 PC업체들의 이 같은 정책은 MS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직후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MS는 지난 분기에 윈도 사업 판매 부진으로 순익이 11% 감소했다. 윈도 비스타가 소속된 클라이언트 부문은 지난 3분기에 매출이 40억3천만달러로 24%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도 소비자들이 원할 경우엔 윈도XP 공급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벨기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 콜에서 발머 CEO는 "지금 당장은 윈도XP 출하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다양할 경우엔 항상 더 현명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MS는 저가 PC에 한해 윈도XP 공급을 오는 2010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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